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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Jan 06. 2022

시뮬라시옹

이제와 뭔 소리를 못하겠어 생의 삼분지 일을 뱀처럼 배로 기며 살아온 내가, 가정은 언제나 어디서나 망상적인 것 가정 형편이 좋았었다고 가정해본다 나는 해외 유명 디자인 스쿨에 진학했겠지 그곳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영화도 만들면서 예술을 몸으로 익히는 여성이 됐겠지 약에 취해도 보고 사랑에 취해도 보고 결국 내 자신에게 취해 쓰러지던 나날들이 필름처럼 돌돌 말려 들어갔겠지 졸업하고 돌아오면 나를 아는 사람마다 이름 대신 학교로 불렀겠지만 상관없었겠지 내가 그들과 상관없는 삶을 사는 것처럼 매일 먹고 싶은 것들을 씹고 갖고 싶은 것을 지르고 하고 싶은 일들을 취미삼으며 어디로든 쏘다녔겠지 들개처럼 인생은 경험과 탐구라는 주장을 펼쳐대며 버킷리스트를 빙고처럼 채워댔겠지 죽음과 가까워지기도 전에 빙고를 외치며 원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날아가거나 줄이거나 늘이고 높이거나 덜어내면서 사치스러운 사랑 따위나 줄곧 했겠지 청춘을 흘리면서 낭비가 아닌 낭만을 맞으면서 비밀을 대마처럼 말아 피우며 애정을 코카처럼 흡입하고 아름다움에는 집착해도 사람에는 집착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나를 보며 부러움과 질투를 알약처럼 삼킬 때 나는 색으로 인간을 구분하며 괘념치 않았겠지 돈만이 돈을 부를 수 있으니까 마치 돈의 언어가 있는 것처럼 플렉스 플렉스 루틴처럼 기지개를 풀고 때려치우고 싶은 것은 다 때려치워 가면서 푼돈 버느라 사장님께 희롱도 추행도 당하지 않으면서 돈에 구애拘礙 받지도 스폰서에 구애求愛받지도 않고 구걸하는 예술 말고  향유하는 예술 하면서 나태를 여유라 부르면서 사람과 사랑을 혼동하면서 사랑과 사람을 길고양이 부르듯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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