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ranaim Lee Jun 13. 2022

여름이 지나간다

1

지금의 나는 태를 변화시키고 있고

인간의 생은 적응하는 중입니다


2

흐르는 말들 넘치는 말들 넘쳐흐르는 말들 꽃잎처럼 초속으로 떨어지는 저속한 말들이 피어나는 계절 너는 저속으로 피어나는 입술 벌어지며 비려지며 벌어지는 버러지는


3

산사태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나를 향한 빙산들 일각들 시시각각 무너지는 괴로움들 지옥들 천박한 사람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 아무리 감추려 해도 흘러내리는 속옷 끈처럼 분리되는 윤리학 같아


4

등에 올라타는 사람들 담을 쉬이 넘는 사람들 선을 금처럼 넘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이 쏟아지는 사태들


5

타로를 손에 쥐고 타인의 질문을 듣습니다 섞이는 것은 카드인가요 운인가요 멈추고 내려지는 카드들은 어째서 수정을 들여다본 듯 투명한 수정할 수 없는 대답만을 보여줄까요


관망할 수 있어서 신이 되어가는 걸까


6

시는 빨간색입니까 파란색입니까

졸음이 시소처럼 오르락내리락거릴 때


7

누가 나를 시기하는지 누가 나를 경멸하는지 누가 나를 함부로 차고 누가 나를 함부로 매다는지 누가 나를 앞세우고 누가 나를 뒷세우는지 불운한 사람들에게서는 탄내가 난다 지옥의 냄새는 귀신같이 맡을 수 있지


8

어제는 얼굴을 수술하는 꿈을 꾸었는데 의사는 입술을 종잇장처럼 찢어 보여 주며 자 봐봐요 당신의 입술을 언제든 찢어지고 꿰매질 수 있답니다 나는 눈과 입술이 꿰매진 상태로 무대에 오르고 조금만 견디면 나는 아름다워질 거라는데 견디고 견디다가


9

너는 산으로 간다 호흡기를 물고 물안경을 끼고 천박한 웃음을 욕설처럼 뱉으면서 그물도 없이 잡으면 미끄러지는 물고기를 맨몸으로 잡으며 안 그래요 언니


10

지쳤단다 지쳐버려서 이제 나도 너를 버릴 수가 있을 것만 같구나 깃털처럼 가벼운 너의 예언들을 비행기처럼 접어 창밖으로 날리다 보면 여름이 지나갈 것이다 지나고 나면 네가 건넨 토사물들이 거름이 될 것이다 내게서 떠나가는 걸음을 볼 것이다 천국보다 지옥을 먼저 본 내게는 아무 일도 아닌 일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의 잔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