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전을 꿰다
<엽전을 꿰다>
제까짓 것이 무슨 속이 있다고, 노끈으로 중심을 꿸 때 철렁철렁 소리를 내는 것이, 무섭다고 무쇠 심장 뛰는 것인 줄로 알았어. 괴춤 속에 들어서도 내가 걸을 때마다 제 놈 빈속을 울려대며 철렁철렁 낮게 울어대는 것이 출렁대서 멀미하는 소리인 줄로만 알았어. 녀석, 떼쓰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윽박지르느라 눈앞에 들어 보고는 속이 텅 빈 사연 처음 알았지. 노끈으로 묶을 때 편하라고 있는 구멍인 줄 알았는데, 겹겹이 묶어 눈을 가려도 돈 앞의 세상 똑똑히 바라보라고 제 배에 구멍을 낸 것이더군. 내 눈 가리지 않게. 무시로 울어대는 녀석의 속내도 모르고 시끄럽다고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을 지어놨었으니 녀석이 얼마나 녹슬었을까? 철렁철렁 울어대는 엽전 속이 환했어.
한국은행권 동전에 엽전 구멍 크기로 구멍을 뚫다가 세상에 결박당했다. 화폐 훼손도 큰 죄란다. 빌어먹을, 십 원짜리 동전 하나로도 눈이 새까맣게 가려지는 걸 어쩌라고? 장님으로 살라고?
/畏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