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독립선언
<별스럽지 않은 다짐>
_의식독립선언
책 속에는 진리에 도달하는 길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책 속에 있는 길은 내 길이 아니다
다만 내 길을 여는 열쇠, 그것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지혜를 숨겨놓은 것이리라
책 속에 담긴 지식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지도 못하고, 그저 잘 훈련된 앵무새처럼 문장 따위를 달달 외워 그대로 전달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아니다. 단지 걸어 다니는 녹음기일 뿐...
책에 내 고유한 영역에서의 사유와 내 정체성을 빼앗겨서는 안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책에서 얘기하는 사상이나 사유를 내 것인 양 착각하기도 한다. 유명한 책일수록 더더욱 그런 경향이 짙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아주 오래전 마르크스, 하버마스, 포이어바흐, 포퍼, 마르쿠제 등등, 유명한 저술들을 미친 듯이 탐독했던 때가 있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사상들을 마치 전부 다 이해한 것인 양, 아니 내 본연의 사고인 양 현학의 가면을 쓴 채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경원의 눈빛을 즐겼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앵무새의 현신에 다름 아니었다.
그때, 내 정신은 정지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아들의 일기를 읽는 것이 더 가치 있을 듯하다
비판적 사고가 멈추어진 지식은 학문의 탈을 쓴 가식과 다름 아닐 것이리라...
모든 글줄이 눈을 통해, 영혼으로 들어와
싱싱하게 헤엄치게 하고 싶다. 내 안에서 새롭게 거듭나게 하고 싶다.
나는, 오늘 책에서 시키는 대로 행하길 거부하기로 한다. 무한 권력을 지닌 문화권력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한다. 내 호흡으로 살아있는 오늘....
2009년 8월 25일 /별스럽지 않은 外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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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스럽지 않은 다짐 이후, 나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직무 관련 전문 서적을 제외하고.
가끔은, 다시 책을 들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내 눈이 활자를, 단어를, 문장을 따라가지 못한다. 난독증인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 눈이 너무 오래 쉰 건지, 머리와 가슴이 다름을 담기를 거부하는 건지.
도무지 일렁이지를 않는다. 오로지, 눈앞의 현상과 그 이면에 대한 사유에만 집중할 뿐. 화석이 되어가는 지식의 세계가 얄팍하기만 한데, 세상의 깊이는 하루가 다르게 심도를 더하기만 한다.
묵은 나를 벗어야겠다. 더 늦기 전에!
/외별/ 2025. 0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