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못을 뽑으며

해방의 날

by 외별

<오래된 못을 뽑으며>

_ 해방의 날



아주 오래전부터 가슴에 박힌 못을 알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기만 했다. 가끔은 가슴에 박힌 못을 만지며 저것이 내 살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자신이 참 우습게도 보였다. 매번 가슴에 못을 뽑아 버리자고 굳게 다짐을 해보고, 이제는 마침내 오래된 못을 뽑아내었다고 호기롭게 큰소리를 쳐봐도, 가슴속에 깊숙하게 자리한 못은 쉽사리 그 자리를 내어놓지 않았다.


못이란 녀석이 아무리 오래도록 내 속에 자리하고 있어 살과 못을 제대로 구분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그대로 시간이 흘러도, 결국 못은 그냥 못일 뿐 굳은 살로도 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건만, 가끔은 오래된 그리움을 낭만인 양 생각하며, 현실이 핍진할 때 허겁지겁 도피하는 내밀한 시간의 움막으로 삼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리움의 본질이 흐려졌음을 알고 있다. 스스로, 녹이 가득 슨 못에서는 아무런 위안을 구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스스로. 다만 인정하기 싫을 뿐...


모든 것은 스스로의 기억이 만들어 낸 자기기만의 창작물에 불과한 것을. 그 안의 시간도, 주인공도, 사연도, 모두...


일기장을 찢는다. 암세포 덩어리처럼 대책 없이 부풀기만 하는 녹슨 못을 뽑아 버리기 위해.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미망을 갖지 않아야겠다. 내게 오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을 접고, 나와 함께 거하는 이 시간 속의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에 대한 사랑을 더 크게 키워야겠다.


못을 뽑은 자리에는 생명에게 전해줄 싱싱한 씨앗 하나 뿌려놓고 겨울에도 꽃이 피는 생명의 기적을 눈으로 증거 해야겠다.


오래된 못을 뽑으며 / 畏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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