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빙하트레킹] 길 없는 길 위에서 - 4

자연은 말한다. 길은 여러 갈래라고.

by 메이슌

고대의 설산은 침묵이 지겨워져 자신을 쏟아냈다. 오늘 새벽에 길을 나선 후 네 번째 만난 산사태 지형이었다. 움직이는 돌 위를 걸을 때마다 접질린 발목은 스스로의 존재를 날카롭게 알렸다. 설산이 토해낸 하얀 돌무더기에 눈이 부셨다.


하늘과 천 미터 가까워질 때마다 자외선은 12% 더 강해진다 했다. 반사된 햇살이 돌무더기에 부딪혀 눈을 찌르기 시작했다. 길은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고, 단지 넘어야 할 고개의 대략적인 방향만 짐작할 뿐이었다.



자연은 말한다. 길은 여러 갈래라고. 산중턱에 걸린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는 물도, 바람도, 염소도 이를 알고 있다.



한편, 인간이 만든 길은 획일적이다. 나무 데크와 밧줄을 설치해서, 꼭 이 길로만 걸으라고 한다. 도시의 삶도 마찬가지다. 이 길로 가야 안전하다고, 이 길로 가야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다르다. 자연이 열어 둔 수많은 갈래 중,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간다. 그게 어디든 상관없다.



통나무 주워다가 강물 위로 건널 다리를 만들었다.




파시미나 염소가 지나며 남긴 길, 야크가 다니며 다져놓은 길, 혹은 언제 누군가 세워두고 갔는지 모를 돌탑을 따라 발걸음을 정한다.




걷다 보면 길은 스스로 길을 찾아낸다. 길을 찾았을 때는 훗날 얼굴 모를 누군가가 이 길을 걸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길 바라며, 돌 하나를 올려놓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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