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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내 Sep 20. 2024

알레르기결막염 그 지긋지긋한

신체 어느 부위도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다


다치기 전엔 소중한지 잘 모르던 신체 일부일지라도 아프기만 하면 세상 제일 불편하고 중요한 신체 일부가 되는 진실



우리는 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질병들 속에 살아가고 있다. 아파서 찾아간 병원에서 처음 듣는 병명도 많고 그 병명을 알게 되는 순간 같은 질병으로 치료 중인 환자도 꽤 많다는 걸 알게 된다. 100세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시대는 질병이 내 몸에 들어오면 현대의학이든 자연치유요법이든 고쳐 쓰며 살아내 간다





대학시절 써클렌즈가 유행이었다(착용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작은 내 눈을 1.5배 정도 예쁘게 해주는 써클렌즈는 신의 선물 같다고 할까(?) 써클렌즈를 빼고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부끄러운 일이었다(쌩얼로 남친을 만나도 써클렌즈는 포기할 수 없던 시절) 시력이 많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좀 더 선명하게 보고 싶고 예뻐 보이고 싶어서 십 년 가까이 착용해 온 것 같다.


그 시기쯤 라식이 유행이었다 내 주변의 친구들은(안경만 쓰면 눈이 작아지는)라식수술 또는 라섹수술을 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며 좋아했었다. 나는 라식수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안경 쓴 내 모습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30대가 되고 건조증이 심해져 렌즈를 몇 시간 이상 착용 할 수가 없어졌다. 그 무렵 매달 고정비처럼 나가는 지출이 있었으니 한곽의  일회용 렌즈를 구매하는 일이었다. 한곽에 30개가 들어있고 양쪽시력이 같았던 나는  중요한 날이 있을 때에만(예식장을 간다든지, 소개팅자리라든지) 착용을 했으며 일정을 끝내면  바로 눈에서 빼내 버렸다(써클렌즈는 아니었으니 오해는 마시길) 나중에는 걸어가면서도 빼내버리는 스킬을 보유하게 되었다



일회용 렌즈를  착용한 지 일 년 정도 지났을까?

정기적으로 버려지는 이 돈이 아까웠다 매달 이 돈을 모아서 라식수술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때부터 매달 5만 원씩 모으기 시작했고 50만원정도 쯤 모였을 때 결혼날짜가 덜컥 잡혔다.

결혼 전에 라식을 해버릴까 고민을 했지만 혼식준비가 3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기에 라식을 할 여유가 없었고 남편은 안경 쓴 게 더 이쁘다고 말해줘서 조금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겼더랬다(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한 스토리는 다음에 풀어보겠음)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임신과 출산을 한 나는 20년 22년생 두 아들의 엄마다.

(실내)키즈카페에서도 마스크와 안경 모자 3종세트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했던 시절에 안경을 쓴다는 건 굉장히 불 편한 일이었다. 안경에 자꾸 습기가 차 힘이 세고 활동적인 우리 아이들은 엄마 안경이며 마스크며 자꾸 잡아당겨서 부러지거나 휘어버린 안경을 몇 번을 고치러 다니며 새 안경을 사모았는지(가벼운 소재의 안경을 사려보니 안경값도 무시 못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한 번만 더 관리 못해서 안경 살 거면 앞으로는 여보 용돈으로 사!"


남편의 한마디에 깊은 빡침이 올라왔다(형제맘되고 말이 많이 거칠어진 것 같다 ㅋㅋㅋ)


애들 때문에 이리된 거지 내가 얌전히 쓰고 다니는데 안경이 이모양일까 어이가 없구먼..!! 그나저나  내 용돈으로는 안경 못 사요 이 사람아!! ㅋㅋㅋㅋ


우리 부부는 생활비는 공동카드로 쓰고 있지만 개인이 쓰고 싶은 돈은 자유롭게(눈치 보지 말고) 쓰자며 서로의 계좌로 소정의 용돈을 매달 입금한다. 그 돈으로 커피도  마셔야 되고, 책도 구매하다 보면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없어져버린다.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내 쥐꼬리만 한 용돈을 사용할 순 없지!!




하 라식을 빨리 하든지 해야지!






둘째가 첫돌이 지나고 코로나가 점점 종식되어 가고 있을 무렵 2023년 10월 마흔을 두 달 앞두고 라식수술을 받게 되었다


너무 불편했냐고? 아니다 아이들이 기관생활을 하면서 엄마들과 만나는 시간도 많아지고(이미지관리라고 해두자) 경단녀를 벗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고 하는데 또다시 렌즈생활을 할 생각을 하니 세상 귀찮아졌다



둘째 어린이집 친구엄마의 가족 할인으로 강남에 라식으로 유명한 대표원장님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무엇보다도 스마일 라식이라고 수술하고 다음날부터 일상생활이 바로 가능하다는 점이 수술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



"저.. 낼모레 마흔인데 라식수술 해도 괜찮나요?"


수술여부는 정밀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었고 스마일라식 적합판정을 받은 나는 수술을 받고 말았다



곧 노안이 오더라도 몇 년만이라도 편안하게 살아보자







눈이 가려워서 미친 듯이 비벼댔다. 눈에 빨간 줄이 보고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여서 안과를 방문했다. 그때부터 결막염과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결막염 그 지긋지긋한




약을 끊으면 다시 재발하고 다시 재발하고를 반복하면서 삶의 질이 급 하락했다. 눈이 아프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엄마의 역할만 겨우 했고 나를 위한 일들은 뒤로 다 미뤄버렸다




첫번째, 두번째 병원에서 받은약
세번째 병원에서 받은약


처음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썼는데 반복되는 결막염으로 세 번째로 간 병원에서는 알레르기결막염 안약을 처방해 줬다

지금은 눈이 가려울 때 파라딘 점안액을 넣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잠잠해진다




언제까지 넣어야 되는 거지? 치료는 안되고 증상 완화만 되는 건가?



"알레르기 결막염은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불편할 때마다 넣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의사의 무성의한 대답에 허무함을 가득 안고 약봉지를 손에 쥐고 돌아왔다


고혈압 당뇨처럼 앞으로도 치료가 아닌 평생 증상완화를 위해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걸까? 초록창에 알레르기 결막염을 검색해 본다..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다고?)


원인을 알고 싶다



"여보세요? 000안과죠? 스마일라식 수술한 지 1년이 되어서 정기검진 받으려고 하는데 예약을 해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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