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자신의 선택과 최선의 선택을 비교하는 데서 비롯되는 감정이다. 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선 사람이 아무리 진지하게 고심하여 결정을 내려도 훗날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아쉬움이 들 확률은 언제나 존재한다. 생각과 달리 잘 맞지 않는 전공, 투자를 고사한 눈부신 성장을 이룬 회사, 좋은 사람과의 인연 등 지나간 일에 한 점의 미련도 느끼지 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이러한 직간접적인 후회의 경험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할 자신감을 좀먹는다.
흔히들 갖는 선입견과 달리 후회란 결코 되는대로 살아온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열심히 살아왔고,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만한 사람들도 각자 후회할 일이 한두 개쯤은 있을 것이다. 그 감정의 기저에는 자기 자신의 유한함에 대한 의식적인(또는 무의식적인) 자각이 있다. 살면서 매 순간 운 좋게도 내릴 수 있는 최고의 결정만을 내렸다면, 내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에 더 많은 보람과 즐거움, 안락과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모든 지식을 들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한들 내게 이로운 길만 골라 다닐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은 그물망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떤 사건도 단편적인 원인과 결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도록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중요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비효과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작은 변수로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최선의 선택이란 완전무결한 정답이 아니라, 해당 시점에 가장 확률적으로 타당한 결정에 가깝다. 의도와 달리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 실패로 끝맺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선택은 어떤 기준으로 내려야 할까? 단순하게 보자면 어떤 결정이든 자신의 신념이나 기호, 또는 이득에 따라 내리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를 주저하고 자꾸만 누군가에게 답을 물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실수나 실패의 책임을 오롯이 부담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보기 좋게 삐끗해버린 인생은 타인의 손가락질을 받거나 외면당할 것이라는 공포가 사람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과 자기검열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로 삶은 외줄 타기도 아니고, 우리 뒤에 낭떠러지가 있는 것도 아니며, 넘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나서 몇 걸음만 나아가도 누구도 당신의 실수를 짚어내지 못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당신이 어떤 선택을 내리든 이후의 인생을 영원한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을 한번 잘못 들어섰다고 해서 앞으로의 모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도 아니다. 돌아가든, 계속해서 걷든, 제3의 길을 찾든 모두 당신의 자유이다.
모든 사람은 준비되지 않은 채 수많은 결정을 내릴 운명에 처해있다. 매번 운이 따르거나 탁월한 안목으로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만을 내리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실수를 했든 아니든 매 순간 다음 걸음은 어디로 향할지를 정하는 것은 나의 의지에 달린 일이다. 어딘가에 지름길이 있는 것이 아니니 최선을 바라지 않고, 최악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신중히 내딛는 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