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먼지적 사고

우주먼지처럼 바라보는 실패와 불안

by MDJ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인티제라 그런지 몰라도, 그런 생각들이 평범한 일상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 때릴 때나 길을 걸어가면서 자주 생각하곤 한다. 특히 자유의지에 대해 토론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 자유의지에 대한 고찰이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생각이기에 그것 또한 결부지어 생각한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내가 무엇을 위해 살지를 고민하며, 그 고민의 연쇄작용은 종결되지 않는 우로보로스와도 같다. (또는 공대적 사고방식을 비유하자면 Polymerization의 rxn type 중 step rxn의 termination step이 없는 end group과도 같다.)


당신은 우주먼지적 사고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최근에 릴스에서 시험이 망했을 때, 이게 과연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의문을 가지면서 우주의 크기를 보여주는 영상을 봤는데, 가벼운 밈 같으면서도 삶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라고 느껴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밈의 핵심은 바로 우주적 관점으로 봤을 때, 실패와 그 실패에서 느끼는 좌절감, 후회 등의 감정은 아주 하찮기에 그걸 잊어도 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보아도 우리가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저지른 수치스러운 실수들은 우리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심지어 내가 느끼기에는 고3때 멘탈이 나가서 망친 수능 시험조차도 그 당시에는 좌절감을 안겨주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그 실패가 있었기에 재수할 때 인생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단단한 내면을 갖출 수 있었다.


불안은 내면을 긍정을 빨아먹는 자석과도 같다. 한번 인력이 작용하면, 불안의 감정이 내면을 꽉 붙잡아 내면의 유연성을 낮추고 모든 사고와 감정은 그 불안을 거쳐 왜곡된 채로 산출된다. 그렇기에 불안은 성공으로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 된다. 반면 성공한 사람들은 불안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성공에 이용한다.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투자에 크게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이 사람들이 성공한 이유는 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을 위한 촉진제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공대 전공을 깊게 배우면 배울수록 느끼는 건데, 노벨상을 받았거나 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은 대체로 폭망한 실험, 또는 엉뚱한 결과값으로부터 그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냈다. 불안을 잘 통제할 수만 있다면, 내면을 좀먹는 인력이 아닌 성장시키는 인력을 갖춘 자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주먼지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죄책감 없이 놀 때는 마음껏 놀 수 있는 권리이다. 우주는 우리가 과제를 늦게 제출하거나 할일을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를 채찍질하지 않는다. 우리를 채찍질하는 것은 놀랍게도 우리이다. 교수님이나 상사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의 인생에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우리의 인생을 가학할 권한 또한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야할 일을 다 때려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즐길 때는 여유를 가지고 즐기라는 말이다. 인생은 러닝머신 위를 쉬지않고 뛰어가는 과정이 아닌, 미지의 세계를 여유있게 탐험하는 과정이다. 나도 예전에는 내가 세운 완벽주의에 사로잡혀 괴로워할 때가 많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을 가진 이후부터는 즐길 때를 누구보다 재밌게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야할 일만 하면서 평생을 즐기지 못하는 건, 견디지 못할만큼 괴로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생을 우주먼지적 사고와 같이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의 중간고사 성적이나 과제 점수는 내 인생에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잘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떤 결과든 그곳에서 배울 점을 찾고 불안에 좀먹혀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자세이다. 이 사고는 허무주의와 대비되는 '낙관적 허무주의'와도 연결된다. 우리는 스스로를 이 세상에서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하고 목적없이 살다가 결국 먼지가 되는 존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우리는 우주에서 아무 의미가 없는 존재이기에,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성장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의미는 우주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가 끊임없이 찾아가는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죽을만큼 힘들고 괴로울 지라도, 즐길 때는 아무 걱정없이 눈앞의 즐거움만 쫓고, 힘들 때는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위로의 온기를 느끼고, 불안할 때는 그것을 성장의 촉진제로 삼아 더 발전하려는 노력을 갖추는, 후회하지 않는 우주먼지가 되기를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키17>에 대한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