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는 아이 혼내지 마세요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수십 번씩 싸운다.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을 함께 공유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모두 자기 성격대로 살아가는 작은 사회.
문제는 보통 자기표현을 못 하는 아이들의 경우 교사나 친구에게 의사 표현을 하는 게 아니라 부모님께 가서 표현한다는 것.
학부모님은 한 두 번 이야기를 듣다 고민 끝에 담임교사에게 전화하시곤 한다. 전화를 받아 구구절절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한참을 참았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부모님께 꼭 당부드리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가 부모님이 아닌 친구나 교사에게 꼭 얘기할 수 있도록 지도해달라는 것.
부모는 아이와 늘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는 더욱 그렇다.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또래관계를 형성해나가는데 있어 문제 해결을 원만하게 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또한 아이가 배워나가야 할 목표이다. 부모님은 교사에게 상황을 전달해줄 수 는 있으나, 아이가 교사에게 자신의 상황을 얘기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해주어야 한다.
부모: 학교에서 OO이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 선생님이요.
부모: 맞아, 엄마랑 아빠는 집에서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OO이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어. OO이가 엄마와 아빠에게 얘기해도 어차피 선생님께 다시 얘기를 해야해. 선생님께 내일 얘기할 수 있겠니?
일반적으로는 여기서 끝나지만 간혹 때를 쓰는 아이가 있다면 아이 앞에서 부모가 선생님께 전화하는 모습을 보여 안심시키면 된다.
부모: 선생님, 안녕하세요. OO이가 오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일 선생님께 얘기할텐데 들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전화를 끊고) OO아, 엄마가 선생님께 얘기드렸으니까 내일 얘기 잘 들어주실거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교사는 먼저 아이가 교사에게 터놓을 수 있을 만큼 레포(친밀감)를 형성해 놓아야 한다.
나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얘기한다.
"이르는 건 나쁜 게 아니지만, 친구가 기분 나쁠 수 있으니 친구들이 안 보는 곳에서 얘기해 주세요."
어떤 분들은 이르지 말라고 교육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가 이르는 것은 나쁜 행동이 아니다. 사사건건 이르는 게 문제인 거지. 아이는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는 이르는 기준에 대해서 교육을 시켜주어야 한다. 먼저 스스로 해결하려고 시도해보고, 해결이 어려웠다면 도움을 요청하도록.
교사는 학부모님께 연락이 왔다면 다음날 따로 학생과 얘기를 나누게 될 때, 문제를 해결한 뒤 다음과 같이 교육한다.
교사: "학교에서 친구끼리 문제가 생겼을 때 OO이 스스로 해결을 못하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학생: "선생님이요."
교사: "그래, 선생님은 학교에서 OO이를 지켜주고 도와줄 수 있어.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다면 꼭 선생님에게 얘기해 줄 수 있겠니? "
학생: "네"
여기서 요점은 '친구끼리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못하면 도와주는 존재가 교사'라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아이가 문제가 있는 학생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먼저 교육해야 한다.
처음부터 자기의 기분을 얘기한다든지,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든지에 대해 얘기하는 아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부분도 교육이 되어가야 하기 때문에 학기초 아이들을 화해시킬 때 이 부분을 교육한다.
일방적인 사과의 경우 다음과 같다.
교사: (상황을 듣고 정리해준다.) 그럼 OO이가 사과해보자.
학생1: 미안해.
학생2: 괜찮아.
교사: 그래요. 이제 가보세요.
나의 지도 방식은 아래와 같다.
학생1: 선생님, 얘가 ~해요.
교사: 선생님이 옆에서 지켜줄테니, OO이에게 얘기하세요.
학생1: (망설이기)
교사: OO야, 너가 ~해서 내 기분이 어땠어, 속상했어 혹은 화났어. 이렇게 얘기하면 돼요.
학생1: OO야, 너가 ~해서 내 기분이 속상해.
교사: 잘했어요. OO아, XX이 얘기 들어보니 어때?
학생2: ~해서 속상할 것 같아요.
교사: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2: 사과해야해요. ~해서 미안해.
학생1: 괜찮아.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다음과 같다.
교사: XX야, 정말 괜찮니?
학생1: 네.
교사: 음. XX야, 괜찮은 건 OO가 실수로 했을 때 괜찮다고 이해해 주는 건데.. OO가 다음에 또 그런 행동을 해도 되니?
학생1: 아니요.
교사: 맞아 안돼. 그럴 때는 "알겠어, 난 속상했어. 앞으로 그러지 마."라고 단호하게 얘기하는 거야. 할 수 있겠니? OO이를 다시 불러줄까? 아니면 그럴 필요 없을까?
학생1: (다시 불러달라고 한 경우) 알겠어. 앞으로 그러지 마.
학생2: 응. 미안해.
이렇게 끝나게 된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학생1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하지말라는 의사를 표시함으로서 그 학생에게 주의를 주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