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학년 교사의 시간, 일교시
교사에게 쉬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 아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쉬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질문이 많다. 그리고 그 질문은 저학년으로 내려올수록 많아지는데 정말 질문이나 말이 많아도 너~무 많다. 어느 정도로 많냐면 똑똑이들 한두 명이 "그만 좀 물어봐. 선생님이 몇 번을 말해야 해!"라고 자기들끼리 핀잔을 줄 정도이다. 그럼에도 꿋꿋이 그 아이에게 눈을 흘긴 뒤 나에게 와서 "선생님 뭐 해야 해요?"라고 물어보면... 하하... 나는 잔머리를 써서 칠판에 써진 안내사항을 가리킨다. 그러면 또 귀신같이 질문을 변형한다. 가끔은 '날 놀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영악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 분 탓일 거다.
"선생님, 집에 가도 돼요?" (지금 일교시 시작했는데??!) 라던지
"선생님, 운동장가도 돼요?" (지금 미술시간인데?!?) 라던지.
일학년 아이들은 선이 없다. 그 선을 만들어주는 게 일학년 교사의 역할이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나에게 몰려오는 질문 부대(?)를 처리하기 위해 나는 큰 소리로 외친다.
"질문할 사람은 줄을 서세요! 줄!"
그러면 적게는 2~3명, 많게는 7~8명까지도 줄을 선다. 그리고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다 보면 황금 같은 쉬는 시간 10분은 금세 끝이 나고 만다. 그래서 줄의 맨 끝에 서 있던 한, 두 명의 아이에게는 다음 시간에 얘기하자며 돌려보내고 수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가끔은 두 번의 쉬는 시간을 포기하고 나서 간신히 나에게 한 질문이 "선생님은 무슨 색깔을 제일 좋아해요? "와 같은 것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선생님은 노란색, 민이는?" 하고 답변 뒤 질문하며 나름의 성의를 표한다. 잠시 뒤 노란색 색종이로 접어진 편지지를 나에게 내밀었을 때, 그것이 나에게 쓸 편지의 색종이 색깔을 위해 포기한 시간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급식실은 참 시끄럽다. 모든 학년이 모이는 가장 시끄러운 공간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왜 선생님이 급식 다 먹으면 못 남게 하는 건지 이해가 안됐다. ‘선생님 혼자 맛있는 거 더 먹나?’하고 단짝 친구와 논의한적도 있었다. 교사들이 먹은 아이들을 급식실에 남겨두지 않고 밖으로 보내는 이유는 아마 시끄럽기 때문이 아닐까. 국그릇도 있어 위험하기도 하고. 그렇게 끊임없이 아이들을 내보내도 급식실은 전쟁통 같아서 나는 밥이 입구멍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리고 이 아비규환 속에서도 질문 부대의 공격은 있게 된다.
식판을 들고 나에게 검사를 맡기 위해 민준이가 내 옆에 섰다.
“선생님, 검사해주세요.”
“밥알 한 톨도 남아있지 않게 국그릇으로 다시 정리해주세요.”
“네.”
그 사이 소영이와 민지도 와서 질문을 한다.
“선생님 운동장 나가서 놀아도 돼요?”
“네! (이제는... 그만 물어봐도 돼....)”
“선생님, 통과예요?!”, “선생님#%ㅕ흘*%ㄹㅣ^ㄴ&ㄱ%ㅁㅓ^ㄱ@돼요???”
민준이의 식판을 보고 “네.”라고 대답하는 사이 상훈이가 동시에 질문을 했다.
그리고는 자리로 쌩-
‘응? 무슨 질문한 거지?’하고 상훈이를 쳐다보는데 바닥에 떨어진 핫도그를 한 두 번 후- 후 불더니 아무렇지 않게 ‘와앙’하고 야무지게 베어 먹었다.
나는 놀라 헐레벌떡 가서 “상훈아! 바닥에 떨어진 걸 먹으면 어떻게 해!!!”라고 소리쳤다.
“선생님이 먹어도 된다고 해서요.”
“언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른 내려놔. 급식 조리사님께 다시 달라고 하자.”
“네.”
나는 상훈이와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핫도그를 다시 받아왔다. 핫도그를 받고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상훈이가 놀란 나를 위로하며 말했다.
“선생님. 근데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3초 안에 주워 먹으면 괜찮대요.”
그때 나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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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핫도그... 3초... 지났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