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의 나

다시 살아나는 시간

by 주연

2달째다. 실업과 동시에 백수놀이를 하며 여간 바쁘지 않다

도서관 문화행사와 50플러스센터 개강 일정에 맞춰, 배우고 싶었던 강좌들을 경쟁하듯 신청한다.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노원 월계정보도서관에 들렀을 때,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4층 달빛창가에서 4시부터 영화 굿 윌 헌팅을 상영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여해 주세요.”

도서관 문화행사 중에는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 강좌가 있다. 총 4주 과정으로, 매주 작가가 선별한 영화 두 편을 보고 독서 토론을 하며 마지막에는 작가 세미나까지 열린다.

20대 때 극장에서 감명 깊게 봤던 굿 윌 헌팅. 다시 보았고, 이어 고양이를 부탁해를 상영했다.
지금은 50대가 된 여배우들의 풋풋한 20대 모습이 인상 깊었다. 관람석에도 그들과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이 보여주는 현실감 있는 연기 속에서 답이 없어 보이던 청춘의 고민은 내 20대와 겹쳐 보이기도 했다.

3주 차는 독서토론이었다. 그런데 나는 김호연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책을 대출하기 위해 검색하니 다른 도서관에 있다는 표시가 떠 상호대차를 신청했다.
다음 날 도착한 『나의 돈키호테』. 학생들을 그린 다정한 표지, 421쪽. 2024년 4월 초판 1쇄, 같은 해 6월 초판 23쇄, 그리고 ‘2024년 이달의 책’ 선정. 화려했다.

아,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구나.
요즘은 삶이 팍팍해 심리서적과 시집만 읽었는데, 이번 소설은 묘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책은 15년 전 대전에서 살던 시절의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사라진 돈 아저씨를 찾기 위해 전직 PD였던 ‘나’, 진솔이 유튜브를 연다.
함께 봤던 영화를 소개하고, 책을 나누고, 돈 아저씨가 정성껏 필사한 『돈키호테』를 읽어 내려간다.

30세 여성 실업자인 진솔은,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아니면서 왜 먼지 쌓인 지하 비디오방을 다시 찾은 걸까.
아저씨만이 아니라, 꿈 많았던 여중생 시절의 ‘자신’을 찾으려는 건 아닐까.
어린 시절엔 몰랐던 돈 아저씨의 삶을 추적하면서, 그는 이상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진짜 돈키호테’였음을 깨닫는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에서 만난 돈 아저씨는 더 이상 그 시절의 돈키호테가 아니었다.
살집이 붙고, 영민했던 눈빛은 온화한 인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이젠 돈키호테가 아니라 산초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솔에게 이렇게 말한다.

“풍차에 돌진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네가 진짜 돈키호테다.”

예쁜 표지만 보고 청소년 소설인가 했지만, 책에는 돈 아저씨의 20대부터 50대까지의 여정이 담겨 있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어른들의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30세 청년의 이야기였다.

젊은 시절 꿈을 버리거나 잃었다고 해서 잘못 살았던 걸까. 그때 추구했던 것들은 허황된 신기루였을까.
영화 속 대사, “사랑이 변하니?”라는 질문에 정답은 “변한다”였다.
에로스에 머물던 사랑은 시간이 흐르며 우정, 연대, 가족애로 ‘변질’이 아닌 ‘변화’한다.

바람과 비에 깎여 지형이 바뀌듯,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연들은 우리가 한 자리에 머물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요즘 뭐 해?”
요즘 내게 오는 안부다.

뭐 하냐는 질문에 요즘의 일상을 떠올려본다.
길진 않지만 꾸준히 하는 운동, 하루 한 번 꼭 하는 산책, 책 읽기, 글쓰기,
50플러스센터 강좌, 도서관 문화프로그램 참여.

우선 3개월은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아보려 한다.
현실 앞에서 꿈이 사치처럼 느껴져 어깨가 움츠러들 때도 있지만,
꿈 없이, 희망 없이 오래갈 자신은 없다.

50줄이면 어떤가. 꿈은 꾸는 자의 것인데.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허황되다 한들 어떠랴.

꿈을 꾸고, 그 꿈을 누리며 ‘지금, 여기’를 살아보자.
지나가는 건 지나가게 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붙잡지 말자.
유일하게 의식할 수 있는 ‘현재’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뭐 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생각은 개나 줘버리고,
한 번에 이해되지 않으면 두 번, 세 번 하며 제2의 삶을 살아가자.

저물어가는 저녁 해 같다고 주저앉지 말고,
정말 다시 살아나는 갱년기가 되도록.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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