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각(老-)은 늙은 조선오이 열매이다. 빛이 누렇게 된 오이라는 뜻의 황과(黃瓜)로도 부른다. 충분히 익어 진노란색 겉껍질에 그물 모양이 고르게 나타나며, 풋오이보다 껍질이 거칠고 조직에 수분이 적어 단단하다.
단맛이 있으며, 생채로 무쳐 먹거나 장아찌, 김치를 담가 먹는다. 찌개에 넣기도 한다. [위키백과]
잘 익은 노각! 아니 잘 늙은 건가? [네이버 지식백과 이미지]
노각은 수분뿐만 아니라섬유소가 풍부해 포만감을 주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 좋단다. 칼륨이 풍부해 노폐물 배출에도 좋고,염분을 배출해서 혈압을 강하할 수 있다니, 제철에 기회가 될때 그 맛을 한번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보는 일반 오이와는 한눈에 봐도 색깔도, 모양도, 크기도 색다르다.
마트에서 좋은 노각을 고를 땐,묵직하고 단단한 것을 골라야 한다. 그래야 물이 많고 속이 꽉 차 있다.노란빛이 전체적으로 균일하면서 부분적으로 푸른빛이 있는 것이 아삭아삭하고 맛있다. 당연 꼭지는 마르지 않은 것이 신선하다. 간혹 너무 늙어버리거나, 선도가 떨어지면 시큼한 맛이 나기도 하고, 식감도 떨어진다.
오이를 수확하지 않고 오래 두어 늙는다고 다 노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재래종 조선오이가 늙으면 노각이 되는 것으로, 애초에 그 종자가 다른 것이다.
내가 노각을 처음 맛본 건 꽤 오래전이다. 친한 이웃 언니가 시골에서 따왔다며, 나에게 그 오이를 전해주려고 왔는데..... 오이가 왜 이렇게 생겼냐고 반문하는 나에게 이게 노각인데, 안먹어 봤냐고 묻길래 그냥 웃음으로 답했다. 그때 그 언니가 우리집 주방을 꽤차고, 노각은 이렇게 해먹는 거라며, 손수 맛나게 만들어주고 가셨다. 그때 맛봤던 색다른 오이맛이 어찌나 인상적이었던지..... 줘도 못먹을 노각이었던 그 시절를 생각하니, 또 웃음이 난다.
그때 배워서 보고 익힌 솜씨로 이후 여름이면 한번쯤 꼭 안빠뜨리고 맛보는 계절 별미로 우리집에선 자리잡았다. 반찬으로 먹어도 맛나지만, 그 노각무침에 참기름 듬뿍 뿌려 밥을 비벼 먹으면, 그 또한 여름 입맛 살려주는 밥도둑이 된다.
자! 여름 밥도둑! 늙은 오이로 만드는 노각무침 한번 만들어보자.
먼저 노각의 겉껍질을 깨끗하게 벗긴다.
길게 이등분해서 속에 든 오이씨를 깨끗하게 발라낸다.
길게 길게 채를 썬다.
소금 한두스푼정도 넣어, 잘 절여준다.
잘 절여진 노각을 깨끗이 씻어, 면보에 싸 물기를 꼭 짜준다.
물기 쪽 빠진 노각에, 고추장 한스푼, 고춧가루, 매실액기스, 다진파, 다진마늘, 깨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버무려준다. 맛을 봐서 싱거우면 고추장을 추가하거나, 소금을 한꼬집정도 넣어 간을 맞춘다.
소금에 절여 물기를 쫘악 뺀 노각의 꼬들거리는 식감이 노각무침의 백미다.
일반 오이무침과는 색다른 맛이 아마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제법 손아귀힘을 써서 물기를 꼭~옥 짜주어야 한다. 요새는 그 과정을 대신해주는 신박한 기계들도 나와서 깜짝 놀랬다. 나물짜는 용도로 쓰는 기계말이다.
인간의 일거리를 대신해주고, 효율을 높여주는 소소한 발명품들이 한계없이 세상에 소개될때마다, 나도 뭔가 하나 신박한 발명품을 만들어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국민학교시절, 학교 발명품 대회에 출품했다가 아이들의 비웃음을 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나의 그 시절 그 아이디어가 예쁜 모양의 상품으로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는 다이소에 들를때마다 그때 생각에, 입가엔 엷은 미소가 인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삼아 얘기하곤 한다.
"야! 엄마가 소시적이 저걸 발명품으로 학교에 냈다가, 친구들이 엄청 비웃었는데........"ㅎㅎ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맛나게, 넉넉하게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출출할 때 밥 한 그릇 큰 대접에 양껏 담고, 노각무침 넉넉히 넣어 쓱쓱 비벼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늙음의 또 다른 쓸모를 생각하며, 비빔밥 한 그릇 뚝딱 즐기는 것도 제법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여름날!
내 어린 시절 기억속 무더위는 매미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하지만 이렇게 더웠던 기억은 없다.
지금도 여전히 매미 소리 요란하게, 여름 무더위가 내 주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낭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이 걱정되면서, 우리가 언제까지 저 매미소리를 들으며, 여름을 추억할 수 있을까하고, 우울한 걱정에 빠진다.
매년 더 뜨거워지는 한반도! 찜통속 같은 여름 무더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기상이변으로 벌어지는 참사!
지구는 죽겠다고 몸살을 앓고 있는데......
나는 올 여름도 그 폭염이 무색하리만큼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정말 걱정되긴 하지만, 정작 나는 걱정만 할뿐 일상의 편안함에 젖어서 말로만 지구를 걱정하는 아줌마다.
큰 노력만큼이나 일상에서 소소하게 지구환경을 걱정하며, 몸소 실천에 옮기는 소소한 환경운동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때인것 같다.
폭염이 점점 더 강도를 높이며 지속될때마다
그 정도를 알려주는 온도가 기록적으로 치솟을 때마다
작년보다 올해는 더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과연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노각 무침 한접시에 입은 즐거우나,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그 맛을 즐기면서,
밥상 한가운데를 차지한 노각 무침
더워도 너무 덥다고 넋두리 하는 앞뒤가 다른 늘봄 엄마의 아이러니가 내 얼굴에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