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의 싱싱하고 여린 가지는 에어프라이어에 고슬고슬하게 구워, 갖은양념에 조물조물 무쳐먹으면 쫄깃하면서도 달큰하게 맛이 좋다. 올여름 고모부네가 열심히 가꾼 주말농장에서 눈에 띄게 잘 크는 야채중 하나가 가지 였다. 틀실한 가지마다 주렁주렁 그 열매가 달리기도 많이 달리고, 자라기도 쑥쑥 아주 잘 자라 올 여름 우리집엔 가지가 떨어질 날이 거의 없었다.
꼬들하게 구워 무친 가지무침 한 접시
그 덕분에 올 여름에는 고모부부가 주말농장에서 공수해 주시는 그 가지들로 내내 질리도록? 그렇게 무쳐 밥반찬으로 많이도 먹었다. 에어프라이어가 가지를 소비하는데 크게 한몫한 셈이다.
한동안 많이 바쁘셔서 이번엔 오랜만에 주말농장에 가셨던가보다. 아님 이제 가지도 한여름 다 보내고 막바지에 이르렀나? 하여튼 큰 봉지 가득 가져온 야채 중에 봉지위로 고개를 삐죽 내민 가지가 유독 눈에 띄었다. 크기도 마트서 구경못할 특대형 사이즈에 강한 여름 땡볕에 그 빛깔마저 바래있었다.
진한 보랏빛이 아니라 연한 보랏빛에 굵기도 너무 굵고, 딱 봐도 수확시기를 놓쳐 제 맘대로 몸통과 크기를 불려놓은 것 같다. 첫눈에 봐도 "아! 너무 늙었네!" 입맛이 당기지 않는 자태다.
이렇게 때를 놓쳐 너무 늙어버린 가지는 사실 맛이 없다. 찌거나 구워서 반찬으로 만들어도, 겉껍질이 너무 단단하고 질겨져 먹다 보면 자연스레 속살과 겉껍질이 분리가 되어 식감도 맛도 정말 떨어진다. 그러기에 뭐든지 다 제 철, 제 때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이번엔 제 때를 놓친 이 늙은 가지를 튀겨보기로 했다. 튀기면 세상 못먹을 신발마저도 맛있다는 엉뚱한 농담이 있지 않던가?
튀김옷 두껍게 입혀 바삭한 가지튀김으로 변신시켜 겉바속촉의 색다른 맛을 보잔 얘기다.
먼저 큰 가지를 깨끗이 씻어 어슷하게 긴 타원형이 되도록 썬다.
빛바랜 가지
튀김은 제법 사이즈가 커야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맛깔스러우니까, 어슷하게 기울기를 능력껏 기우려 크게 썰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튀김가루를 되직하게 반죽한다.
이렇게 반죽을 되직하게 하면, 튀김옷이 벗겨지지 않도록, 모양내 썬 가지에 따로 밀가루분을 입히지 않아도 된다. 묽은 튀김반죽에는 꼭 재료에 밀가루분을 골고루 입혀야 나중에 튀겼을 때, 튀김옷이 홀라당 벗겨지는 민망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팬에 기름을 넉넉히 넣고, 적정 온도가 되면, 튀김옷 입힌 가지를 퐁당퐁당 넣어 튀긴다.
가지 초벌 튀기기
모든 튀김요리에는 그 적정한 튀김온도가 아주 중요하다. 너무 낮은 온도에서 재료를 넣어 튀기게 되면, 기름을 잔뜩 머금은 재료때문에 바삭함 대신 느끼한 기름맛이 한가득 찬다. 또 너무 달궈진 고온에서 재료를 튀기게 되면, 겉은 타고 속은 덜익은 튀김에 당황스러워진다.
튀김요리에 적정한 온도란?
데워진 기름에 튀김용 나무젓가락 끝을 넣어보아, 넣자마자 찌~익하고 기포가 발생하면 적정 튀김온도가 된 것이다. 아니면 튀김반죽 한두 방울을 데워진 기름에 떨어뜨려 보아 넣자마자 하얗게 튀겨지며 퐁 하고, 위로 떠오르면 튀기기엔 적정온도다.
보통 야채를 튀길 때는 160-170도가, 생선이나 육류를 튀길때는 170-180도가 적정온도라 하는데, 오랜경험상 육류든, 야채든간에 젓가락과 튀김반죽을 이용한 온도 체크 방법이 적정한 튀김온도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나에게는 말이다. 사실 끓는 기름의 온도를 재볼 방법이 없으니, 오랜 경험으로 숙련된 나만의 노하우인 셈이다.
모든 튀김요리는 초벌, 재벌 두 번 튀겨주어야 바싹바싹하다.
아무리 바싹하게 잘 튀겨놓은 튀김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진다. 그래서 튀김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튀기자 마자 그 뜨거운 열기 호호 불어가면서 먹어야 제 맛, 최고의 맛이 난다.
초벌튀긴 가지 재벌 튀긴 가지
처음 튀길 때는 겉면이 노릇노릇해지기 전에 꺼내고, 두 번째 튀길 때는 제대로 익을 수 있게 색깔까지 봐가며 노릇노릇하게 튀겨준다.
두 번째 튀기는 가지.. 노릇노릇하게
바삭바삭 소리도 맛도 입도 즐거운 가지튀김이 완성되었다.
진간장에 식초, 통참깨, 고춧가루, 양파, 청양고추, 대파 썰어 넣고, 물 약간을 넣어 짠기를 줄여 양념장을 만들어 같이 곁들이면 완벽한 조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