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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Nov 14. 2022

바삭한 해물파전을 부치듯

끊어졌던 일상의 기록도 다시 붙여봅니다.

일기를 쓰듯 나의 일상을 성실하게 기록해보겠노라 다짐했던 나와의 약속을 잠시 접었었다. 뉴스라는 이름으로 쏟아져 나오는 그렇고 그런 얘기들이 몹시 나를 답답하게 했고, 우울하게 했고, 피곤하게 했다. 전혀 달라진 건 없어 보였다. 대한민국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살기 좋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허기가 졌다. 그래서 만들고 먹는 것에 더 열심이었다.


기록은 멈춰도 나의 일상은 멈출 수가 없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온 가족의 아침을 준비하고, 바쁜 아침 식탁 위에서도 아이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잘댄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가을 아침 냉기에 따뜻한 국물로 온 식구들의 속을 데우고 든든하게 채운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요즘, 내가 아침마다 해장국을 끓이는 이유다. ㅎㅎ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늘어진 마음을 다잡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기록을 통해 성실함을 훈련해가고자 했던 그 다짐을 여기서 끝낼까 하다가..... 그렇게 끝낼 순 없기에 다시 힘을 내고, 어설프지만 그 기록을 계속 이어가 보기로 했다.


오늘은 울택상과 함께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섰다. 예전 같으면 둘이서 도란도란 새벽 등산에 나섰을 테지만, 그것도 귀찮고 싫어졌다. 방향을 바꿔 근처 강가로 드라이브도 하고 가볍게 강변 산책을 했다.


"사는 게 너무 재미없다. 뭐 인생이 이렇게 어이없게 시간만 잡아먹냐. 한것 없이 내가 이 나이 먹은 게 억울하다. 한 10년은 도둑맞은 것 같다. 내가 살아온게 아니라 떠밀려 온 것 같아 억울하다,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갔냐" 푸념 아닌 푸념을 했더니, 울택상이 자기도 그렇단다. 인생 별것 없다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위로하는 소린지 혼내는 소린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우중충하게 젖어있는 내가 신경 쓰였던지 울택상이 저녁에 술 한잔 사준단다. 나가는 것도 귀찮다고 손사래를 쳤더니, 기어코 나가서 막걸리를 한병 사들고 들어왔다. 딱 한잔만 하잔다.

그래?


그럼 오늘은 또 이 주점 아줌씨가 나서야지! ㅋㅋ

재료가 없어서  아쉬운 대로 파전 한 장 부친다.

통영에서 공수한 생굴 파전 위에 올리고, 겨우 한알 남은 계란 톡 까서 굴 위에 쫙 펴서 올린다.

바삭한 맛집 해물파전 살짝 흉내 내고 싶었으나, 그 솜씨 전수받을 기회가 없어서.... 두껍기만 한 파전이 됐다.

하지만 막걸리 한 병쯤 비우기엔 손색이 없다.ㅎㅎ


나의 영원한 술친구! 울택상~

그러게 자네나 나나 억울하긴 매 마찬가지다?

그거지! ㅎㅎ

힘차게 활기차게 재미나게 살아보세~~

아직 저 멀리서 우리를 향해 오고 있을.....

우리의 황금기를 위하여~~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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