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 Nov 16. 2022

국물 자작한 생조기찌개

달달한 가을무를 깔고, 빠알간 양념옷 입혀 바글바글 끓여 보아요. ㅎㅎ

11월 김장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김장을 담그기에 앞서 총각무를 대여섯 단 사서 다듬고 씻고 절여서 김장 전초전을 벌였다. 허나 올해는 총각무김치 담그는 수고로움을 패스하기로 했다.


우리 아이들이 예전과 달리 총각무김치를 별로 안 먹기 때문이다. 대신 깍두기나 무생채를 훨씬 맛있게 잘 먹는다. 그래서 올해는 깍두기와 무생채를 겨울 내내 넉넉히 만들어먹을 생각이다. 요즘 같은 김장철이면 무가 정말 맛있어진다. 수분 가득 품은 달달하고 아삭한 무 한 조각 베어 물면 되려 제맛 안 나는, 푸석한 사과나 배보다 훨씬 맛있다.


사실 이즈음의 무는 뭘 해도 맛있긴 하다. 깍두기를 담가도, 무생채를 해도, 섞박지를 담가도 약간 양념 맛이 덜해도 간만 맞는다면 기본 이상은 한다. 그뿐이랴. 이즈음의 무는 각종 생선조림을 해도, 양념이 잘 밴 달큰한 맛에 생선 맛 이상으로 밥도둑이 된다.


그런 연유로 요즘 우리 집 식탁에는 달달한 가을무가 들어간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오늘은 무 위에 잘잘한 생조기를 10마리 올려 얹고, 국물 자작한 생조기찌개 한번 해본다. 벌써 지난 일요일에 이어 두 번째다.


 신기하게도 조기라는 생선은 아무리 자주 구워 먹고 조려 먹어도 다른 생선과 달리 쉽게 질리지가 않는다. 그 고소한 생선살과 쿰쿰한 맛은 식탁 위의 밥도둑이 된다.


지난 주말, 갑작스런 가을비에 큰아들 마중 나갔다가 늦은 밤 장보기에 함께 했. 파격가 파장세일하는 생조기 두팩을 사 왔다. 10마리 한팩에 3,900원이니, 거의 주워왔다고 해도 방하다. 이렇게 싱싱하고 때깔 좋은 생조기를 이만한 가격에 만나기는 쉽지 않다. 소금에 절인 조기는 구워 먹는 게 맛나고, 생조기는 이렇게 조려 먹는 게 맛이 훨씬 좋다.


일단 생선 비닐을 벗기고 지느러미를 단정히 잘라 낸다.

적당한 크기의 냄비에 납작하게 자른 무를 쫘악 깐다.

그 위에 손질한 생조기를 나란히 줄 세워 얹는다.

준비한 빠알간 양념장을  한대접 끼얹어 불위에서 양념이 골고루 배도록 보글보글 끓여준다.

생조기조림은 그 국물맛이 참 맛있기에 국물을 좀 넉넉히 해서 그 국물에 밥을 자작하게 비벼 먹어도 맛이 좋다.


필요한 국물양을 미리 가늠해서 그 물에 양념(간장, 고춧가루, 후춧가루, 생강, 마늘, 설탕, 파등)을 섞어 간을 맞추면 쉽다. 숟가락으로 살짝 맛봐서 달짝지근하면서도 간간한 정도의 맛! 정확한 계량은 사실 유튜브 맛선생들의 레시피를 따라 하면 된다. ㅎㅎ


싱거우면 불 세기를 올려 국물을 더 조려주든가 아님 소금이나 간장을 추가하던가 해서 부족한 간을 맞추던가 하면 된다. 맛을 봐가면서 입맛에 맞추면 된다.


술안주로도 훌륭하고, 밥반찬으로도 훌륭하다.

막걸리 한잔 반주 삼아 오늘 저녁을 마무리한다.


시간이 쏜살같다더니, 작년보다 올 한 해는 더 빨리 가는 것 같다. 내년은 또 얼마나 빨리도 갈까?


한~해!

한~해!

 공짜라고 나이 한 살 더 먹기가 이리 쉬울 줄이야. 세상 살면서 내가 공짜를 너무 좋아했었나?ㅋㅋ

아무리 공짜래두 나이 한 살은 거저 먹기 싫구나. ㅎㅎ


나이값 해야 한다는 내 나름의 다짐은 해가 더해갈수록 나의 말과 행동들에 묵직한 부담을 주고 또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다.

2022년 11월 15일 화요일  공짜가 부담스러운....늘봄 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