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 Nov 23. 2022

축하는 당신이 받고...

생일상 거하게 차려 어머님께 대접해야죠?

"어머님! 이따 저녁은 저희 집에 오셔서 드세요. 미역국만  맛있게 끓일께요. "

"그래. 알았다!"


늦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이즈음이 울 제비아빠의 생일이다. 11월과 12월을 오가며 어느해는 오늘처럼 포근하고,  어느 해는 꼼짝 못하게 춥기도 하고 그렇다. 그리고 우리집은  둘째만 빼고 온 가족이 겨울에 태어나서 울 제비아빠의 생일파티를 시작으로 12월 1월 2월 줄줄이 생일파티를 연다.   


기념일을 특별히 챙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그래도 가족들의 생일엔 소박하게 한상 차려서  엄마의 생일 선물을 대신한다. 우리 제비아빠에게 지금껏 생일 선물을 특별하게 준비해준 적은 없지만, 매년 술 한잔과 생일상은 빠뜨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술 좋아하는 두 사람인지라 특별한 메뉴가 없어도 도란도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올해 제비아빠 생일엔 참다랑어회와 참다랑어 육회를 맛나게 먹어볼까 하고 미리 주문해 냉동실에 넣어두었었다. 그런데 일요일 막내 아가씨 가족이 선물 받은 햅쌀을 전해주러 우리 집에 온다기에 겸사겸사 미리 준비해서 맛나게 먹고 갔다.


웬만한 참치전문점에서 즐기는 것보다 약간의 요령과 팁을 숙지한다면 일반 가정집에서도 정말 맛있는 참치회를 맛볼 수 있다. 정말 오래간만에 참치회 한상 맛나게 준비했는데, 손님들 앞에 두고 사진을 찍는 게 큰 결레라 싶어서 차마 잠깐만요 하며 사진을 찍어댈 수가 없었다. 


예전엔 정말 집에서 자주 참치회를 즐기곤 했는데, 근래엔 통 먹을 기회가 없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정말 입이 호강하는 시간이었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참치회 대신 간단하게 저녁 생일상을 준비했다.


소고기 양지를 사다가 2시간 가까이 푹 끓여서 한 덩이는 수육으로 먹고 한 덩이는 미역국에 넉넉히 넣어 정말 맛있는 소고기미역국을 끓였다. 특별한 날 빠질 수 없는 전 3종 세트 - 호박전, 소고기육전 그리고 굴전

특별히 어머님을 위해서 커다란 굴비 두 마리를 고소하게 구웠다. 간이 얼마나 딱 맞게 잘 배었는지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그 고소한 맛에 감탄을 하게 된다. 조기는 정말 소금에 절이는 게 큰 기술이긴 한 것 같다.


소소하게 한상이 완성되었다.


오늘 같은 날은 울 제비아빠에게 축하한다 전하고, 어머니께는 제비아빠 낳느라고 정말 애쓰셨다고 "오늘 같은 날은 이렇게 어머님께서 한상 받으셔야 한다"고 농담을 한다. 어머님이 호탕하게 웃으신다. 이 또한 어머님께서 가까이에 사시니까 가능한 일이다.


"어머님! 간단하게 조금 준비했어요. 천천히 많이 드세요!"


어머님께는 환한 미소와 예쁜 말씨로 저녁 맛있게 드시라 권하고,

"진짜 우리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으이구~"

본심을 담아 서로에게 눈을 흘긴다.


혹자는 로또같은 사이라 했던가?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안맞아도 너무 안맞는 우리!

그런 우리가 무슨 인연이 닿아 이렇게 한집에서 아웅다웅 하며 살고 있는지.


이런 걸 인연을 넘어 운명이라 하는 건가?

그 운명을 뛰어넘었어야 했거늘.ㅎㅎ


그 운명이 평생 도 닦는 맘으로 살라는 팔자였을까?

알 수가 없구나!!

전3종세트  호박전 소고기육전 굴전
소박한 생일상

2022년 11월 21일 월요일 생일을 맞이한 그!

우린 정말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이라고......

늘봄 쓰다.ㅋㅋ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