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버튼을 꾸욱!
“요즘 난 뭐랄까... 어쩐지 용량이 꽉 차버린 느낌이어서, 사람도 그게 가능하다면 한 번쯤 포맷되고 싶다는 생각 가끔 해요. 깨끗하게 가슴 탁 트이면서 숨 쉴 수 있게.”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p.171
이제는 기억 속에서도 가물가물해진 시간,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내 말에 컴공과 출신답게 "그럼 포맷을 해 봐. 리셋하고 다시 시작해" 그의 말에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피식 웃어버렸던 기억.
요즘의 나는 그간 머리 끝까지 꽉 차버린 용량을 지우고 있다. 소심하고 미련이 많은 터라 '빠른 포맷'은 하지 못하고 그저 조금씩 야금야금 지워가고 있는데 그렇게 지우다가 덜컥 턱에 걸리듯 멈춰서기도 한다. 아마도 어떤 것들은 깔끔히 리셋되지 않고 그 흔적을 남기기도 할테다. 그럼에도 조금은 수월하게 숨을 쉴 수 있기를 바라며 포맷 버튼을 꾹 눌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