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3 - 타 국가의 사례
국가의 복지나 정책의 방향성이 아쉬울 때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진국은 이렇게 한다는데'. 우리나라 역시 대다수 국가 못지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인간이 구축한 이상 모든 부분이 완벽할 수는 없겠죠. 간혹 아쉬움이 남을 때마다 부러움 섞인 한탄을 하곤 합니다. 물론 세금과 같은 구조적 문제로 따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게 있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본주의는 자율 경쟁 속에서의 극한 이익을 추구합니다. 기회는 공평하게 부여되지만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본을 활용하는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때가 많습니다. 효율적인 데에 규모까지 크다면 그 결과는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축구를 통해 예를 들어볼까요? 축구는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축구에 대한 열기가 뜨겁죠. 그렇기에 4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월드컵을 시청할 때면 주변에서 아쉬운 소리가 자주 들리곤 합니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국가들은 아마추어, 유소년 시스템이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한국은 그에 비해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자국 프로리그에서부터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천문학적인 수입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를 재투자하면서 하부 시스템까지 탄탄히 정비합니다. 당연히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선진 축구 모델을 도입하면서 발전을 꾀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괄목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2002년 4강 신화를 달성했지만 그 이후에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죠.
스포츠로 예를 들었지만 이처럼 어떤 분야에서 다른 나라가 앞서가는 모습을 보면 국민들은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그리고 개선·보완하기를 희망합니다. 조금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이죠.
특정 국가가 점유하고 있던 분야라면 당연히 그 수준에까지 도달하려면 상당한 자본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소요됩니다. 이는 기업이나 개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나 역량이 튼튼한 기업일지라도 단시간에 앞서 나갈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앞서 있던 분야에서 뒤처진다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어떤 심정일까요? 후발 주자들의 약진에 감탄하는 데에 그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만큼 나태했고, 방치했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논의하고 있는 온라인 문화 분야에서 이와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선 해외 국가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거죠.
대한민국은 오랜 기간 'IT 강국'이라고 외쳐왔지만 실상은 명성과 전혀 상반됩니다. 악플은 도처에서 판치고, 선진 인프라는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들에게 스트레스와 압력으로 다가오게 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각종 오명이 수식어처럼 한국에 따라붙고 있다. 오랜 기간 세계의 각광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온라인 세상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도덕성의 결여는 화려한 발자취의 뒷면이 됐습니다.
물론 온라인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구촌 전체가 IT의 영향력에 침식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사회문제 중 하나입니다.
일부는 이런 현상이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어지는 불가피한 과정이기 때문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건 사람이 만들어낸 문제고, 사람들의 노력이 모인다면 해결과 개선이 충분히 가능하고 확신합니다. 자연재해는 결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지만 인재(人災)는 벌어지도록 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겁니다.
해외 각국은 악플과 오염된 커뮤니케이션에서 파생되는 각종 범죄 퇴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완보하고 있는 우리와 확연한 차이를 보일 만큼 온라인 범죄와 악플을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이웃국가 태국을 살펴보겠습니다. 2020년 9월 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 미국인은 자신이 머물고 있던 호텔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주류 서비스를 제공하던 직원과의 마찰로 이 미국인은 구금된 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죠.
이에 앙심을 품은 미국인은 인터넷에 해당 호텔을 비난하는 내용을 수차례 게시했고, 호텔 측은 이 미국인을 고소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인은 ‘징역형’의 위기에 빠졌습니다.
흔히 일컫는 선진국이 아니라 와닿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선진국으로 일컫는 국가들의 실상을 살펴봅시다.
자유주의의 산실,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기는 미국조차 어긋난 글로 빚어진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더 강하게 받아들여져 서비스 업체들에게 책임을 부과했습니다. 정부는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감시·감독을 권고했고, 페이스북·트위터 등 글로벌 업체들은 앞장서 제지를 위한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AI 기술을 접목시켜 실시간으로 게시물을 필터링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대화의 '맥락'이나 '의도'를 핵심 요소 중 하나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 걸쳐 1만 명 이상을 유해 콘텐츠 검토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노력이 수반됐음에도 한계가 드러나자, 각 주별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80% 이상의 주에서 사이버 불링법을 도입했습니다. 사이버 폭력범은 형사 처벌 대상자로 지정됐으며, 당연히 처벌 형량도 높아졌습니다. 혐오적인 표현조차도 표현의 자유 범주에 포함시켰던 미국에서 일어난 괄목한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최근 연예·스포츠 기사 내 댓글창을 없앤 것처럼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도 댓글창을 없애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댓글이나 커뮤니케이션 제공 업체들에 대한 제지 수위도 높이고 있죠.
일본은 2002년 '프로바이더(Provider) 책임 제한법'을 도입해 악플로 인한 명예훼손이 발생했을 시 이를 방치한 포털 사이트 등의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지게끔 했습니다. 독일은 서비스 제공자가 거짓 뉴스를 24시간 방치할 경우 최대 5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물도록 지정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가 악플과 사이버폭력 박멸을 위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연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기술력으로나 발전 순위에 있어서 뒤쳐져 있는 국가들부터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국가들이 온라인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자성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악플에 희생되는 사람이 등장할 때면 청와대 민원 게시판, 뉴스 등 곳곳에서 악플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죠.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를 겁니까? 이 파도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국민과 피해자의 진심 어린 호소에 응답하기 위해, IT 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이제라도 정부와 관련 기관은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켜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