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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Mar 18. 2021

긍정적 분위기 이끌 배다해와 브레이브걸스 사례

<특별편>선례(善例)가 될 일들이 하루 사이에...

선례(先例)가 선례(善例)가 된다면 긍정적인 흐름을 이끌 수 있습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하루 사이에 전해진 두 사례가 기점이 돼 큰 기류를 형성한다면, 부정적 기운을 압도할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겁니다.


17일은 이런 기류를 형성될 수 있는 두 가지 일이 있었던 의미있는 날입니다. 두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면서 주목할 만한 점을 짚어보겠습니다.


배다해 스토킹한 악플러 징역형 선고받다

소개한 적 있는 가수 배다해 씨 관련 사건 기억하시나요? 한 20대 남성 A가 수년간 그녀를 스토킹했습니다. 이 남성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으며 스토킹을 했으며, 그간 수백 건에 달하는 악플을 달았습니다. 24개 아이디를 돌려쓰면서까지 말이죠. 참다못한 배 씨 측이 고소를 결정했으며, 그 결과가 17일에 나왔습니다.

                                                     

사건을 담당했던 전주지법은 "수년간 범행으로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피고인의 범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며 "한 사람의 인격과 일상을 무너뜨리는 스토킹은 죄책이 무겁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A의 지금까지 행적에 비춰봤을 때, 그리고 그간 중형을 받았던 악플러들이 그랬듯이 항소를 하지 않을까 생각은 들지만 실형이 선고됐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악플러들이 줄지 않고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죄질에 비해 다소 가벼운 형량에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 모두 대수롭지 않게,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질러 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판례라는 '근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징역이나 큰 금액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가해자가 많았다면 결코 악플러가 활개 치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악플러들이 가벼운 벌금형에 그쳤었습니다. 다소 약한 처벌을 받은 판례가 막대한 비율로 많다는 겁니다. 이 선례들이 그들의 행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주요한 요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굵직한 판례가 하나 나오게 됐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2년이라는 징역형이 선고된 거죠. '악플을 달면 징역을 살 수도 있다'는 인식을 범죄자들에게 심어줄 계기가 마련된 겁니다. 징역형까지 선고된 건 A가 장기적으로, 집요하게 배 씨를 괴롭힌 영향이 큽니다만, 이정표가 되기에 훌륭한 사례임은 분명합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시사하는 바도 많습니다. "유명인인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등 무력감 속에 지냈다"는 말은 악플이 그만큼 한 사람의 일상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는 제가 악플을 위험한 범죄라 외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죠. 실질적인 위협을 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감정을 크게 뒤흔들 수 있습니다. 말의 힘은 그만큼 강하고, 무서운 겁니다. 행동에 옮기기 쉬운 만큼 반복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말은 그 내용이 어떻든 반복 노출시키다 보면 한 사람의 내면에 동요를 불러일으킵니다. 노출 전부터 심리적으로 위약한 상태였거나, 오랜 기간 지속되다 보면 심신이 붕괴될 위험이 커집니다. 판결문은 악플의 위험성을 정확히 지적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이 숙제가 될 겁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두의 노력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유사한 재판이 이어질 겁니다. 그때 재판부는 꼭 피해자의 고통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피해자가 겪는 고통이라는 건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가벼운 형량을 줄 수밖에 없었던 건 이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고통의 최대치는 생명의 상실일 수 있습니다. 이번 판례가 형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모든 산물은 쓰는 이의 의지에 따라 그 성향이 달라진다

IT의 순기능을 고스란히 보여준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 


약 1800일 전 아이돌 그룹 브레이브걸스는 '롤린(Rollin')'이라는 곡을 발표했습니다. 유명 프로듀서인 '용감한 형제'가 심혈을 기울인 그룹이라 데뷔 초부터 기대가 많았지만 이 곡을 발표하고도, 그리고 최근까지도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약 4년이라는 시간 만에 '롤린'이 역주행을 하며 브레이브걸스는 모두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참 드라마틱합니다. 이는 배다해 씨의 소송 결과가 나온 날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소개됐습니다. 이날 게스트로 참여한 브레이브걸스는 '롤린'이라는 곡이 역주행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역주행 과정은 IT 기술이 긍정적으로 쓰였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장기간 침체로 브레이브걸스는 방송가에서 입지가 줄어들었고, 군 위문공연을 주로 다니게 됩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노래임과 동시에 걸그룹이었기에 위문공연에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들이 주로 다닐 수 있는 무대가 군에서 마련한 무대뿐이었습니다. 그곳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장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멤버들은 그 안에서 자존감을 살릴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죠.


그들의 구슬땀이 장병들에게 큰 위로가 됐나 봅니다. 얼마 전 브레이브걸스 멤버가 활동을 접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 때문이었을까요? 갑자기 역주행 기류가 포착되기 시작합니다. 현역 장병이나 예비역 할 것 없이 '롤린'을 역주행을 이끌기 시작합니다. 


위문공연을 봤던 누리꾼들은 본인의 군번을 인증하며 브레이브걸스를 응원하는 댓글을 달기 시작합니다. 방송에서 멤버들은 누리꾼들이 '인수인계'까지 해가며 자신들을 응원해줬다고 합니다. 결국 응원 댓글들과 '롤린'이 합성된 동영상이 등장했습니다. 그 이후 '롤린'은 순식간에 음원 차트 정상에 군림하게 됐습니다. 기세를 몰아 브레이브걸스는 음악 방송 1위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은퇴를 고민하기까지 했던 그녀들이 선플 덕분에 한 순간에 인생 역전을 하게 된 겁니다. 악플과 선플의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치점에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죠.


누군가는 한 생명을 꺼뜨리기도, 또 다른 누군가는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하나의 산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긍정적으로 쓰든, 부정적으로 쓰든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IT 안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끊임없이 반복돼온 인간의 과학 발전, 그 노력의 결정체가 이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장치입니다.


그만큼 이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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