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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Apr 09. 2021

뚝심 있게 나아갈 수 있는 법의 수호자를 기다리다

악플을 해결하기 위한 사견 - 사법부

그 누구보다 중립적 시선을 견지해야 하는 사법부, 그리고 경찰. 실질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수호하는 최전선에 있는 이들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언제든 비판의 포화를 맞기에 그들은 어쩌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소극적, 보수적으로 대처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에서부터 법의 심판에 이르기까지 많은 수고가 뒤따릅니다. 일선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 사회 정의에 입각해 피의자를 추궁하는 검찰과 이를 방어하는 변호사, 그리고 사건의 색깔을 결정하는 판사. 이들이 있기에 법치주의가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편의상 이들 모두를 사법부로 통칭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엄연한 인간인지라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로 인한 아쉬움은 당연한 섭리일 겁니다. 


가해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는 강압 수사가 문제 되곤 합니다.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보다 쉽게 체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일반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없기에 일정 선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돼서는 안 되기도 합니다. 이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기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판결을 내릴 때에도 기분에 따라, 혹은 사회적 관심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없습니다. 양형 기준과 과거 판례 등에 근거해 평균적인 수준의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많죠. 자칫 새로운 판결 하나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인 겁니다. 그렇지만 그 가이드라인을 통해 축적된 선례들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변화가 없다면 사회는 제자리에 멈추거나 후퇴할 가능성이 농후해지기 때문이죠.


악플과 관련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악플러들이 활개 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선배(?)들이 범죄를 장려할 수 있는 발자취를 남겨왔기 때문이죠. 이전에 음주운전 사례를 통해 강조했지만 다소 가벼운 양형이 반복돼왔습니다. 그리고 누적된 데이터는 그들에게 자신감과 근거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법부 혼자만의 힘으로 해낼 수 없는 문제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조심스럽게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으니까요. 그들이 적극적으로 현안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논의 초부터 꾸준히 호소했던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이기도 합니다. 대다수가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개선하기를 바라야 합니다. 또한 그 문제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게 입증된다면 사법부는 용기를 가지고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후자는 이미 해결된 사안입니다. 오염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피해는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악랄한 수준으로 진화한 상태입니다. 공인에서부터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악플러들은 끊임없이 마수를 뻗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자는 아직까지 부족한 실정입니다. 악플과 악플러가 온라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는 있지만 당장의 해결을 갈구할 만한 사안이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을 제외하곤 말이죠. 


무게의 경중을 따질 순 없지만 악플 문제는 현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아동학대와 마찬가지로 심대한 위협요소임에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관심도가 집중되지 못했습니다. 그저 해프닝으로 잠깐 관심을 받고 말았죠.


아마도 그 이유는 범행 방식이 타인에겐 보이지 않아서일 겁니다. 악플은 서서히 피해자를 잠식시키는 만큼 시간과 반복 노출이라는 조건을 따라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처럼 직접 피해를 겪지 않고서는 쉽게 인지하기 어렵죠.


또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범죄라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피해 사례는 대부분 연예계에서 파생됐으니까요. 은연중에 우리는 연예계를 다른 세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그들만의 세상'이라 여기곤 하죠. 이런 무의식도 악플의 심각성을 쉽사리 망각케 하는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악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대적 선행 과제입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 모두가 과거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둬야만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당위성과 전제가 마련됩니다.


습관성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발자취


음주운전, 악플. 이런 습관성 범죄는 재발하기가 쉽습니다. 범죄자의 굳어버린 사고와 행동을 통해 발현되는 범죄기 때문이죠. 습관은 이성이 크게 작용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행하기 위한 상황이나 환경이 조성되기만 한다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동물적 반응입니다. 


이미 적발돼 처벌을 받은 범죄자들이 재차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습관을 고치지 못해서입니다. 아무리 처벌을 받는다 한들 똑같은 상황이 놓인다면 그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습관이란 그만큼 무서운 겁니다. 당사자가 자각하고 온 마음을 다해 고치려는 의지가 없다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부터 처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로 비쳐야만 합니다. 신조차도 인간을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범죄자 당사자와 주변인들이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해야만 하죠. 단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인 사법 체계가 이를 돕기 위해서는 그들이 범죄를 저질러선 안된다는 걸 강하게 경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겁니다. 'N번 방 사건' 등이 화제가 됐고 최근 그 운영자가 34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수많은 피해를 낳은 범죄에 대한 응징이지만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온라인 범죄에 경고하기 위한 판단이기도 합니다. 


악플 역시 이처럼 냉정한 철퇴가 필요합니다. 최우선적으로는 형량이 더 무거워져야 합니다. 현행대로 벌금형에만 그친다면 계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대부분 스토킹과 같은 해코지를 하는 등 현실에서 피해를 입힌 범죄자에 국한됩니다. 


그렇지만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활동들 역시 이제는 현실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마땅합니다. 그곳에서의 인간관계와 친밀감은 과거에 생각했던 것만큼 가볍지 않습니다. 기술로 구축된 망을 통한 소통과 유대는 생각보다 끈끈하며 하나의 가치관을 형성시키기도 합니다. 심리적인 영향은 행동 발현에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일상 전체에 파급력이 크니 당연한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보다 강력한 법적 잣대가 적용돼야만 합니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수사 역량도 강화해야 합니다. 아마도 법원보다는 실질적인 일선 수사 기관인 경찰 내 과제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악플러를 추적해야만 합니다.


이상적인 방안이라면 확충된 사이버범죄 수사팀이 악플을 실시간으로 찾아내는 거겠죠.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방안입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체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찰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적어도 사전에 신고 혹은 수사를 요청한 피해자의 SNS나 피해자가 속한 커뮤니티 등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살인자의 위협으로부터 피해자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호해줄 곳은 아무래도 경찰일 테니까요. 피해자들이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악플 관련한 신고를 권장하며 모니터링에 나서야 합니다. 


또한 악플을 달아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받은 악플러 중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높았던 이들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전자발찌처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제한을 두는 거죠.


우리나라가 법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며 이 내용을 마무리짓고 싶습니다. 


법치주의란 무엇인가요? 인간은 완벽한 피조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면서 다양한 범죄를 일으킬 수 있죠. 그것이 의도된 것이든 실수에 의한 것이든 인간은 범죄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발생한 범죄는 타인의 생명이나 재산을 침해할 수 있고요. 자유로운 삶 속에서의 최소한의 규제, 이를 통한 국민의 기본권 수호가 법치주의의 핵심입니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법은 강화 혹은 완화할 수 있다. 특정한 범죄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목표된 방향으로 개선되지 않았을 때에는 법적 강제력을 높여 발생 확률을 낮추려 시도합니다. 반대로 자유의지가 그 선을 잘 지켜내고 있다면 규제를 풀고 큰 폭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악플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에 둔 채 시장에 그 책임을 맡겼지만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에 피해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내 범죄가 폭증하고, 그중 한 형태인 악플에 희생되고 있는 사람이 끊이질 않습니다. 현행법의 효용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으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법부와 일선 수사기관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해야만 하는 답은 명확합니다. 국민이 악의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원초적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해야만 한다. 21세기 가상세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법치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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