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을 해결하기 위한 사견 - 입법부
사회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다양한 법안을 발효하는 국회, 그리고 국민을 대표해 이를 주도하는 공인인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입법부. 입법부 역시 이 시대에 큰 사명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입법부의 원초적 기능인 입법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과제는 당연히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일 겁니다.
근본적인 과제를 언급하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한국 정치의 아쉬움을 먼저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 꾸준히 투표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재보궐 선거 역시 사전투표에서부터 이를 증명했습니다. 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많은 사람이 사전투표소로 향했습니다.
대중이 정치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여럿일 겁니다. 기존 세력이 정치를 잘해서 향후를 기대케 하거나, 정반대로 희망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바뀌었으면 하는 희망을 담은 행보일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이런 관심을 정치인들이 묵살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청렴결백한 정치를 해야만 하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 기대치에 맞는 언행과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인 중 가장 대표적인 직책인 정치인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소양이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요. 이상적인 이들도 분명 있었겠죠. 고질적인 흐름에 그들이 파묻혀 버렸을 겁니다.
특히 온라인으로 선전 영역을 확장시킨 만큼 이들의 올곧은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근본적인 그들의 업보다 사회를 분열시키는 데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당사자들이 인지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온라인 정치 환경은 갈등의 극에 달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하는 누리꾼들은 그저 상대 진영을 색안경을 낀 채 보기 바쁩니다.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반대편을 비난하기에 급급합니다. 그 무엇보다 이성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합의 과정을 찾아볼 수 없는 거죠.
이 현상을 정치인들이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진영을 막론하고 감정적인 언사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그저 제 편견일까요? 이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죠. 젊은 세대의 시각에 맞는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명목 하에 그들은 한없이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정치인의 온라인 활동을 살펴보면 '감정 소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광고학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용어인 '소구'는 상대방을 자극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 도구 혹은 장치입니다. 크게는 이성 소구와 감성 소구로 나누죠.
이성 소구는 말 그대로 이성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씁니다. 통상 대상자의 지적 수준이 높을 때, 목표(상품과 같은 설득 결과물)가 고차원적일 때 이성 소구를 활용합니다. 대다수의 설득이 이성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이유입니다.
감성 소구는 이와는 반대일 경우에 주로 사용하죠. 과거 스포츠, 영화, 성으로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 했던 3S 정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고 즉각적인 자극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거죠. 대부분의 상품 광고들 역시 감성 소구를 주로 사용합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이성 소구의 극치를 이뤄야 합니다. 유세부터 실제 정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말이죠. 그래야 이상적인 정치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더 나은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대 정치는 이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온라인에서의 언행이 파급력이 커진 결과 감정적인 선동만 부추기고 있습니다. 조율 불가능할 만큼 반목 수위가 높아졌고, 양극화가 극심해졌습니다. 극단주의자들만에게 해당되는 일이면 좋겠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 유권자나 정치인 모두 감정적인 메시지를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으니까요.
국가 운영의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대중 특히 지지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정치인들이 감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으로 일관한다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정화는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솔선수범해 지식인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감정적이기보단 이성적인 설득으로 자신의 진영과 상대 진영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유권자를 대표하고 있는 이들이 그 누구보다 감정적으로 특정 사안을 대한다면 그 누가 이성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잘못된 정치 행태부터 바로잡아야만 합니다.
이미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물론 현행법 역시 가볍진 않지만 악플러들에 부여된 실제 처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사법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특별법이 등장해야만 합니다.
국민 모두가 악플의 영향권에 들어서 있는 만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되기 이전에 강력한 특별법을 공표해야만 합니다. 특별법은 특정한 사회 문제에 대한 국민 정서를 환기시킬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수단 중 하나입니다. 급증하는 범죄를 단기간에 억제하고 대상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특별법을 통해 악플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예상되는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를 보호하며, 악플러들에게 경고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악플과의 전쟁이 시작됐음을 전국,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알려야 합니다.
코로나19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처리해야 할 시급한 법안들도 많겠지만, 악플 관련 법안을 수립·통과시키는 것 역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안입니다.
얼마 전 시작된 프로그램 '알쓸범잡(알아두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 첫 방송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직 법무심의관 정재민 씨가 한 이야기였는데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제 언어로 전달해보자면 '법은 동요하지 않는 굳건함이 중요하다', '본질 하나가 쉽게 변화하면 너무나 큰 파장을 줄 수 있는 게 법이다', '그렇기에 이를 바꾸는 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특정한 사건이나 계기가 마련됐을 때에 합리적 변화가 이뤄진다'.
이번 장에서도, 이전에도 꾸준히 주장하고 있지만 처벌 강화가 우선적 개념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박지선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자의 형량을 늘리는 것보다 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벌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죠.
어떤 식으로든 현 사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법안이 마련돼야만 합니다. 이를 위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사건이나 계기는 차고 넘칩니다. 상황 역시 낙관적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엉망이죠. 방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겁니다.
눈앞에서 끊임없이 탁해지고 있는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는 건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지만 현 국회의원들 역시 이를 바라만 보면 안 됩니다.
점차 경제 활동이 온라인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자영업자들 역시 온라인으로 터전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경제 활동 비중이 현실보다 온라인이 더 커지는 거죠. 만약 현 정부의 뉴딜 정책이 효과를 거둔다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질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물 경제를 살려야 하는 최우선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온라인 환경 정화는 필연적인 수순입니다. 코로나19로 피폐해진 경제를 살리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고려해야만 하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단지 경제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 법안만을 내놓는 건 근간이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을 겁니다. 마치 밑 빠진 독처럼 오염된 부분들이 회복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손실을 가져올 겁니다.
지금까지 행정부와 입법부에게 바라는 점을 적어봤습니다. 현 21대 국회, 곧 치러질 재보궐선거, 그리고 내년에 있을 대선. 이들 선거 당선자들은 아마 우리 역사상 가장 큰 과업을 짊어지고 임기를 소화해야 할 겁니다.
그들의 과제가 무겁다는 건 그만큼 많은 유권자의 희망을 안고 있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시대적 사명을 최선을 다해 수행해낸 이들은 모든 국민의 찬사를 받을 겁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우리 마음에 각인되는 영웅이 되겠죠. 난세에서 대중을 구할 많은 영웅이 등장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