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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 Aug 16. 2023

글쎄 그건 좀 어색해

에필로그

얼떨결에 시작한 엄마표 영어도 어느새 2년 차로 접어들었다. 아마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나의 엄마표 영어는 3년 차를 향해서 달려갈 것이다. 아직까지 나의 생각은 그렇다. 아직까지는.


엄마표 영어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손쉽게 시작할 수 있고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며 아이가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모국어나 미디어에 관한 고민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웃풋'에 대한 고민도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너무 더딘 '아웃풋'으로 중도하차한다.


'만약 우리 애가 만 3세가 아닌 만 5세라면 나는 계속 엄마표 영어를 할 수 있을까?'
문득 아이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그저 쉽게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더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아이 또래들 중 영어 공부를 시작한 아이도 있고 아닌 아이도 있어 그다지 비교가 되지 않지만, 1~2년 후에는 분명 비교군들이 많이 생겨날 텐데 그 사이에서 나는 얼마만큼 중심을 지킬 수 있을지. 어느 날 아이에게 영어 권태기가 찾아와 영어를 손에 놓아버리고 잊어버리기 시작하면 나는 그때 무슨 선택을 해야 할지. 그리고 아이의 한국어 실력에 대한 고민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이어진다.


과연 아이의 영어교육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글쎄 그건 좀 어색해. 이게 더 자연스러워~


고등학교 시절, 친구 녀석에게 영어 문제 오답을 가리키며 이 문제의 답이 왜 이게 아니냐 물었을 때 친구가 했던 말이다. 그 친구는 미국에서 태어나 유치원 시절까지 보내고 한국에 들어와 한국에서 자랐는데 영어와 한국어를 둘 다 잘했다.


나는 친구의 이 한마디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보통 다른 친구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으레 익숙한 숙어나 관용구 표현을 이야기하면서 여기서는 전치사 in 이 아니고 on을 쓴다던지 to부정사가 아니라 동형사가 온다던지 식의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 친구에게 영어란 그저 몸에 입는 익숙한 옷과 같았나 보다.

나는 우리 아이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나는 엄마표 영어가 그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많은 고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선택은 엄마표 영어다. 언제 변덕이 죽 끓듯 일어나 엄마표 영어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부디 내년 이맘때 즈음 한 껏 호들갑 떨며 '엄마표 영어, 2년 보고서'를 써내려 가는 내가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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