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세도 안된 아이가 읽기에는 좀 난해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당시에는 한 번 들춰보고 말았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아이가 좀 더 자라니 가끔 이 책을 읽어 달라고 들고 온다. 여전히 최애책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완벽한 아이, 바티스트
아이마트라는 곳에서는 각종 아이를 파는 데 그중 한 모델이 "완벽한 아이"이다. 어느 날 한 부부가 아이마트에 와서 완벽한 아이 모델을 달라고 하고, 마침 딱 하나 남은 완벽한 아이인 바티스트는 그날부터 부부의 아이가 된다. 아이는 단 것도 먹지 않고, 스스로 이를 닦고, 잠자리에 일찍 들며 어른들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학교생활도 잘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아이"이다.
그런데 정작 바티스트의 부모가 된 부부의 행동은 형편없기 그지없다. 먹은 음식 그릇도 치우지 않고 늦게까지 TV를 보거나 식재료가 떨어졌는데도 몰라서 아이 밥을 굶기거나, 깜빡하고 아이를 하원시키러 가지 않아서 밤늦게까지 바티스트를 기다리게 하는 등 엉망진창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가 바티스트에게 오늘은 학교 축제날이라며 꿀벌 복장을 입혀 보내는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바티스트 혼자만 꿀벌 복장을 하고 왔고, 나머지 친구들은 평상복을 입고 온 것이다. 알고 보니 축제날은 그다음 주였던 것!
"완벽한 아이"였던 바티스트도 이번에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부모에게 화를 내고 만다. 그랬더니 그 부부는 본인들이 한 만행은 생각지도 않고 장대비를 뚫고 아이마트로 가서 불량이라며 수리를 요청하지만, 마트 직원은 지금 당장 수리가 어렵다며 몇 달은 걸릴 거라고 한다. 이때 부부의 말이 참 가관이다.
"그동안 많이 보고 싶을 텐데..."
마트 직원이 그 얘기를 듣더니 바티스트에게 너는 새 가족이 맘에 드냐고 묻자, 바티스트는 망설이다가 이렇게 답한다.
"혹시 저한테도 완벽한 부모님을 찾아주실 수있나요?"
마트직원의 말로 책은 끝을 맺는다
완벽한 부모, 완벽한 아이 둘 다 엉뚱한 생각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실상 우리는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단호히 이야기하며 우리의 결점은 돌아보지 않으면서 아이에 대해서는 완벽을 요구하고 있지 않는가?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공부는 좀 했으면 좋겠고, 친구도 잘 사귀었으면 좋겠고, 예의도 바르고 말도 잘 들었으면 좋겠다고 끝없는 바람을 늘어놓고는 한다.
그것이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결국 아이에게 완벽을 기대하는 우리 부모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서툴고 엉망인 나를 돌아보며 아이도 그저 실수투성이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