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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 Sep 05. 2023

완벽한 아이 팔아요

그림책 리뷰

완벽한 아이 팔아요


아이가 작년에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책 제목이다.

만 3세도 안된 아이가 읽기에는 좀 난해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당시에는 한 번 들춰보고 말았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아이가 좀 더 자라니 가끔 이 책을 읽어 달라고 들고 온다. 여전히 최애책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완벽한 아이, 바티스트


아이마트라는 곳에서는 각종 아이를 파는 데 그중 한 모델이 "완벽한 아이"이다. 어느 날 한 부부가 아이마트에 와서 완벽한 아이 모델을 달라고 하고, 마침 딱 하나 남은 완벽한 아이인 바티스트는 그날부터 부부의 아이가 된다. 아이는 단 것도 먹지 않고, 스스로 이를 닦고, 잠자리에 일찍 들며 어른들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학교생활도 잘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아이"이다.


그런데 정작 바티스트의 부모가 된 부부의 행동은 형편없기 그지없다. 먹은 음식 그릇도 치우지 않고 늦게까지 TV를 보거나 식재료가 떨어졌는데도 몰라서 아이 밥을 굶기거나, 깜빡하고 아이를 하원시키러 가지 않아서 밤늦게까지 바티스트를 기다리게 하는  엉망진창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가 바티스트에게 오늘은 학교 축제날이라며 꿀벌 복장을 입혀 보내는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바티스트 혼자만 꿀벌 복장을 하고 왔고, 나머지 친구들은 평상복을 입고 온 것이다. 알고 보니 축제날은 그다음 주였던 것!

"완벽한 아이"였던 바티스트도 이번에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부모에게 화를 내고 만다. 그랬더니 그 부부는 본인들이 한 만행은 생각지도 않고 장대비를 뚫고 아이마트로 가서 불량이라며 수리를 요청하지만, 마트 직원은 지금 당장 수리가 어렵다며 몇 달은 걸릴 거라고 한다. 이때 부부의 말이 참 가관이다.

"그동안 많이 보고 싶을 텐데..."

마트 직원이 그 얘기를 듣더니 바티스트에게 너는 새 가족이 맘에 드냐고 묻자, 바티스트는 망설이다가 이렇게 답한다.

"혹시 저한테도 완벽한 부모님을 찾아주실 수 나요?"



마트직원의 말로 책은 끝을 맺는다

완벽한 부모, 완벽한 아이 둘 다 엉뚱한 생각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실상 우리는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단호히 이야기하며 우리의 결점은 돌아보지 않으면서 아이에 대해서는 완벽을 요구하고 있지 않는가?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공부는 좀 했으면 좋겠고, 친구도 잘 사귀었으면 좋겠고, 예의도 바르고 말도 잘 들었으면 좋겠다고 끝없는 바람을 늘어놓고는 한다.

그것이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결국 아이에게 완벽을 기대하는 우리 부모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서툴고 엉망인 나를 돌아보며 아이도 그저 실수투성이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겨본다.

그리고 아이 그대로의 모습,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기를 소망한다.


뒷면지의 그림-솜사탕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바티스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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