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살고 계신 분당 집은 내가 고2 겨울부터 살던 집이다.
내가 지금 50이 넘었으니 30년도 더 된 아파트인 샘이다.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는 집이 오래됐어도 반짝반짝 윤이 나게 청소를 하셨지만
엄마가 어깨 무릎 수술 하시고 허리까지 안 좋으시다 보니 청소를 제대로 못하셔서 일주일에 한 번씩 도우미를 불러서 청소를 해드렸었다.
그러나 사람을 안 써보신 엄마 아빠는 불편하시다고 거부하셔서 그 조차 안 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나마 거동이 괜찮으신 아빠가 대충 청소하시는 게 전부였다.
멀리 사는 내가 가끔 가서 청소를 해드리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내가 한번 맘먹고 "버릴 거 다 버리고 제대로 청소하자" 했더니 엄마가 말씀하신다.
"우리 둘 다 죽으면 유품정리 하면서 청소해~ " 엄마도 참 말씀을 그렇게 하시냐~
며칠 전 미국에 사는 오빠네 가족이 한국에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엄마아빠 집에 머물러야 하는데, 손녀들도 온다는데 지저분한 집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결국 내가 움직 일 수밖에 없었다.
엄마, 아빠를 설득했다.
" 미국서 아들 오는데 손녀딸들 이렇게 지저분한 데서 재울 거예요?" 했더니 아빠가 웬일로 청소를 하자고 그러신다. 다행이다.
'숨고'라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숨은 고수를 찾기 시작했다.
6개 업체에서 견적을 받고 하나하나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사를 들어가면서 하는 '입주청소'가 아니라 거주하면서 하는 '거주청소'가 훨씬 힘든 것이라고 한다.
가격도 2배 이상이었다.
한 군데를 정해 담당자와 통화해서 엄마네 집에 대해 대충 설명하고 노인 분들 두 분이라 아무것도 하실 수가 없는 상황이니 모쪼록 잘 부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소 당일 집의 실제 상태를 본 담당자분은 '역대급 힘든 집'이라고 하셨다.
아빠가 며칠 동안 많이 내다 버리셨다고 하는데도 자질구래한 짐이 너무 많고, 찌든 때 곰팡이도 정말 많아서 약품 값이 꽤 많이 든다고 하셨다.
폐가 안 좋으신 아빠를 위해 백혈병 환자분 집을 청소할 때 쓰는 좋은 약품을 써주시겠다고 했다. (물론 추가요금 10만 원이 있었다)
"우리 부모님 집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해 보겠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청소는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청소인원 5명이 동원되어 이루어졌다.
그동안 엄마아빠는 가까운데 사는 언니네 집에서 대기하셨다.
청소상황은 실시간으로 사진으로 전송됐다.
정말 어메이징 한 광경이었다.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구나.
청소가 끝나고 아빠가 장문의 문자를 보내셨다.
아픈 엄마를 케어하시면서 집이 지저분해도 엄두를 내고 계시지 못했는데 우리 덕분에 '두 번째 세상'을 살게 되셨다는 말씀에 큰 감동을 받았다.
청소를 마치고 다음날 담당자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문자를 보냈다.
자신의 일처럼 성심성의를 다하는 업체 덕분에 엄마 아빠께 작으나마 효도를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고 뜻깊은 대청소였다.
담당자분은 "이제 1년에 한 번씩은 자신을 불러주세요... 그럼 이렇게 큰일이 되지 않고 간단히 끝납니다" 하셨다.
매년 업체에 청소를 맡길 수 있도록 모쪼록 부모님들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