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가발 LIFE

by JIPPIL HAN

전신탈모가 되어버린 아이의 모습은 가족들도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낯설었다.

하물며 아이가 받았을 충격과 좌절은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아이의 기분을 살피고 눈치를 보느라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아이가 너무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밝게 웃으려 하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성인이 된 후 아이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일부러 하루 종일 밝게 웃으려 애썼고 , 밤에 지쳐 쓰러져 자다가 새벽에 깨서 혼자 많이 울었다고 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우리는 서둘러 가발을 맞추기 위해 곳곳에 유명하다는 가발전문 업체를 방문해 견적을 받아보고 가발을 주문했다.

짧은 단발이었는데도 당시 가격 180만 원 정도로 꽤 부담되는 금액이었고, 머리에 맞춰서 주문제작을 했지만 그다지 편치 않은 착용감에 이물감도 심했다.

가발 교체 주기도 1년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었다.


눈썹은 어쩔 수 없이 반영구문신을 해주었고, 속눈썹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또 그렇게 아이의 새로운 모습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고 일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입학과 함께 나는 연례행사처럼 또다시 담임 선생님과 체육선생님, 보건실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아이의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아이는 난생처음 써보는 가발이 낯설어 일상생활에 여러 가지 지장을 받았다.

특히 여름에는 가발 속으로 땀이 너무 찼고, 그로 인해 체육시간에 가발이 벗겨질 위기가 몇 번이나 있었으며,

통기성이 좋지 않아 두피에 피부병도 자주 발생하는 일이 잦았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또 소리없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체육수업이 들은 날은 나 역시 하루 종일 긴장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하교를 기다렸던 것 같다.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무사히 마치면 겨우 마음을 놓곤 했다.




그렇게 중학교 1학년 생활이 끝날 무렵, 아이가 갑자기 스트릿댄스를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조마조마 하며 아이의 가발LIFE를 지켜보던 가족들에겐 그야말로 '폭탄'이었던 것이다.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1이 아직 시작도 하기 전이었던 때라 그때는 갑자기 무슨 댄스? 하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과 후 수업으로 '방송댄스'를 배워왔기 때문에 춤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왜 지금!! 가발을 착용한 채 일상생활만 하는 것도 힘든데 춤까지 추겠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모두 결사반대하며 '가발을 쓰고 춤을 춘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이를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이는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강경했다.


- 다음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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