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긁지 않은 복권이야~"

by JIPPIL HAN

고3 생활은 그야말로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을 집약해 놓은 종합선물 세트였다.


트레이닝은 더욱 강도가 강해져 하루에 5시간 이상의 연습이 이어졌다.

1학기 초반까지는 각종 대회 참석까지 병행되면서 몸이 여기저기 고장 나기 시작했다.

어깨는 팔을 들어 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고 무릎에 허리에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가면서 연습을 이어갔다.


실용무용과는 거의 100% 실기시험으로 결정되고, 수시와 정시가 있지만 우리 아이는 수시를 노렸다. 수시 1차 시험은 9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원서를 넣은 학교만 10군데가 넘었고, 수시 1차에 떨어지면 2차에 지원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실기시험을 보러 시험장에 간 횟수만 18번 정도가 됐다.


어떤 고3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는 극도로 예민해졌고, 나 역시 아이가 시험장을 나올 때마다 눈치를 살피느라 같이 예민해졌다.

시험을 보러 온 다른 아이들의 착장이나 포스에 기가 죽기도 하고, 시험을 망친 날은 하루 종일 말을 안 하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9월~11월 초까지 실기시험은 계속됐고 아이와 나는 함께 지쳐있었다.



그 길고 치열했던 시험의 결과는.. 합격이었다.


가장 가고 싶었던 서울예대는 결국 불합격통보를 받았지만, 한양대, 상명대, 호서대 등 5개 대학교 합격연락을 받았다.


아이의 꿈은 훌륭한 안무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합격한 곳 중 아이의 전공인 'COREO(안무)' 수업이 제대로 있는 대학을 결정해 2025년 3월 입학했다.


우리 아이는 지금 학교 '학생회'활동까지 하면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아이를 독립시켰고 학교 앞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며 야간 연습과 새벽연습에 여념이 없다.

혼자 안무를 짜고 있는 동영상




연재를 하면서 나는 정말 오랜만에 10년도 더 지난 일들을 천천히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정말 치열하고 눈물나는 우리 아이와 나의 긴긴 여정들..


만약 내가 아이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

학창 시절 나에게 전신탈모라는 무서운 질병이 찾아왔다면 내가 우리 아이처럼 '꿈'이란 걸 가질 수 있었을까?

자고 일어나면 베개 가득 소복이 빠져있는 머리카락들을 보면서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나 같으면 완전히 좌절하고 세상 전부를 포기했을 것 같다.

어떻게 그 상황에 뭔가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좌절 속에서 꿈을 갖는 게 가능한 일일까? 아이의 마음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얼마 전 아이가 집에 반찬을 가지러 왔었을 때

"넌 정말 대단한 거 같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니? "라고 물었더니

아이의 대답은 " 뭘 어떻게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대답했다.

그 말이 정답이다. 뭘 더 생각한단 말인가..


"엄마! 난 엄마가 나를 낳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도록 해줄 거야.
난 긁지 않은 복권이라니까~앞으로 기대하고 있을셩!!

비즈니스석만 타고 해외여행하게 해 줄 테니~ " 라고 한다.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아이가 지금처럼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기를..

꿈을 펼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탈모라는 질환이 절대 방해가 되질 않기를..

우리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인생의 반려자를 만날 수 있기를..


나는 아이를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인생의 숙제' ,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적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


'아이는 내 인생의 은혜로운 결실과 열매'이며,

나에게 어떤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줄지 기대되는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 끝 -




보잘것없는 초보자의 연재글을 읽어주시고 좋아요와 댓글로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많이 힐링됐고 치유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많은 질환들로 고통받고 계신 환우 여러분들! 브런치에서 독자들과 함께 치유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다른 연재로 곧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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