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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 딥다이브 - 디맨드플래닝 1편

by 다니엘

오랜만에 글을 다시 씁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생겼고, 3대가 함께하는 가족여행의 계획도 진행해야 했고 나름 신경 쓸 일이 많은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 조금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아득바득 시간을 내어 글을 쓰는 시간을 다시 내어보고 있습니다. 디맨드플래닝은 사실 1년 정도의 경험이 전부라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1년 조차도 없는, 아니면 제가 경험한 디맨드플래닝과 다른 경험을 하신 SCMer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예전에 썼던 글이 부족해 보이고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더 망설여지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1달 전에 초안을 작성해 놓고 이리보고 저리 보다가 먼지만 쌓이고 있던 글인데요. 이번에 보완을 해서 공개를 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글이었던 창고관리 편에 이어 디맨드플래닝을 하며 사용했던 KPI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당시 재직했던 회사는 SCM이 굉장히 타이트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KPI를 활용하여 적정재고를 유지하고 포캐스트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노력했었습니다. 사실 KPI라고 했지만 플래너는 KPI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닌 영업의 매출 그리고 영업 타겟까지도 영향을 받는 자리였는데요. 관련하여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Forecast Accuracy


미래 예측치에 대한 정확도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예측했던 판매량과 실적을 비교하여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였는지를 측정하는 척도입니다. 디맨드플래닝의 KPI로 가장 기본적인 항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Forecast Accuracy가 망가지기 시작하면 결국 다른 KPI가 연쇄적으로 같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Forecast 대비 실제 판매가 저조하게 되면 부진재고가 증가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할인 판매를 진행하여 손익에 안 좋은 영향을 줍니다. 유효기한이 있는 재고의 경우에는 유효기한이 경과한 재고에 대한 폐기 비용이 발생하여 고스란히 손익에 반영됩니다.


반대로 Forecast 대비 초과 판매가 발생하면 결품이 발생합니다. 판매할 수 있는데 물건이 없어서 못 팔게 되는 판매기회 상실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판매기회 상실을 막기 위해 수입업체 같은 경우에는 선박으로 운송하던 제품을 항공 특송으로 수령하거나 FCL(Full Container Load) 화물이 아닌 LCL(Less than Container Load) 화물로 받는 등 긴급하게 제품을 수급하는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또한 손익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기업에 따라서 단순히 기업에서 판매하는 물량에 대한 예측을 하다 보면 소위 단순 매출을 달성하기 위한 "밀어내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리점이나 도매상과 거래하는 B2B회사가 특히 그렇습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SCM을 관리하는 기업에서는 내가 판매하는 수량뿐만 아니라 대리점이나 도매상에서 최종 고객에게 판매하는 물량 또한 예측하고 관리하며 건전한 공급망 운영을 도모합니다.


이전에 근무했던 기업에서는 자사의 판매에 대한 Forecast 뿐만 아니라 Distributor(도매상)의 판매에 대한 Forecast까지도 KPI로 운영하였습니다.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도매상에 "밀어내기"를 했을지라도 실제로 도매상이 실사용고객에게 판매하지 못했다면 도매상의 Forecast를 측정하는 KPI에 차질이 발생하게 됩니다. KPI 달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밀어내기가 아닌 실사용 고객에게까지 판매가 되는 공급 과정에서 KPI를 측정하게 됩니다.

2. 현 재고 수준 (WOS, MOS, DOI, WOI 등)


기업의 목적에 맞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제가 재직하던 곳에선 WOS(Week of sales)라는 이름으로 몇 주 동안 판매할 수 있는 재고인지 측정하는 KPI 지표였습니다. 다만 여러 회사에서 MOS(Month of sales), DOI(Days of inventory), WOI(Week of inventory) 등 다양한 용어로 재고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WOS는 Forecast Accuracy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KPI입니다. 재고 레벨은 Forecast와 실제 판매량의 차이에서 발생하는데 Forecast가 높으면 재고량이 증가하고, Forecast가 낮으면 재고량이 감소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고량이 증가하면 해당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염가에 처분을 하거나 폐기를 하여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재고량이 감소하면 판매기회 상실을 피하기 위해 긴급하게 제품을 수급하여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재고가 부족하면 급하게 수급하는 건 그렇다 치고, 재고가 많으면 좋은 것 아닌가? 시간을 가지고 팔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재고 수준이 높아지면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 현금 유동성 악화

가끔 뉴스에 삼성전자의 글로벌 재고량이 늘어나고 있다.라는 기사가 나옵니다. 기업 재고량이 늘어나는 게 무슨 기사까지 쓸 일인가 싶지만, 재고량이 늘어난다는 건 결국 팔아서 현금화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은 물건을 팔아서 발생하는 현금으로 R&D, 부채 상환, 신사업 투자 등등을 하며 성장합니다. 하지만 재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부채가 증가하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가 지연되는 등 기업 활동의 적신호입니다. 기업의 현금 유동성은 인체의 혈액순환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콜레스테롤이나 혈관 수축으로 인해 혈관의 폭이 좁아져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는 다면 건강의 적신호로 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재고 관리 비용 증가

재고량이 늘어나면 창고비용, 인건비 등이 늘어납니다. 창고에서는 설계용량을 초과하는 재고로 인해 Overstock 비용, 작업 효율성 악화로 인한 야근 비용 및 추가 인건비 등이 발생합니다. 이마저도 모자라 외부 임시 창고 사용이나 수입 제품의 경우 창고로 들어오기 전 보세창고 장기 보관으로 인해 추가 보관 비용 등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제가 창고에서 근무했을 때 창고 점유율이 150%에 육박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럴 때 창고의 상황은 최소한의 작업공간 및 통로를 제외하고 모든 공간에 제품이 적치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동선은 차치하고 제품의 이동 및 출고 준비 자체가 매우 비 효율적으로 진행됩니다. 그 과정에서 작업자들의 실수도 증가하고 수습하는 시간 또한 증가하여 창고의 생산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그 밖에 생산량 감소로 인한 생산 효율성 저하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적정 재고에 대한 관리는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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