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밴드를 하며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합주를 해왔습니다. 다시는 함께 연주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도 있었고 평생 같이 음악을 하고 싶을 만큼 잘 맞아 연주 자체가 힐링이 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 다양한 음악을 경험해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연주자는 이 곡의 의도와 자신의 역할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구나.
특히 인상 깊었던 한 바이올린 연주자는 지휘자의 움직임만을 쫓기보다 음악 그 자체에 완전히 올라타 있었습니다. 언제 들어가고 언제 빠져야 전체의 흐름이 살아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의 바이올린 소리는 유난히 마음을 울렸습니다. 마치 리듬게임처럼 정해진 음을 정확히 찍어내는 연주자들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밴드 합주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마주합니다. 음악의 리듬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는 파트가 있는가 하면 다른 소리는 듣지 않은 채 자신이 연주해야 할 음만 따라가는 파트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대개 실력이나 연습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대부분은 이를 인정하고 극복하려 노력합니다.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에서는 실력의 편차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도 극복하려는 의지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들과 합주를 이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건설적인 피드백을 개인에 대한 불신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이며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합니다. 음악이란 여러 개성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작업이지만 이런 경우는 색깔의 차이를 넘어 퀄리티 자체에 문제가 생깁니다. 다른 멤버들이 아무리 잘해도 그 공백을 메우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과거에 어떤 뮤지션과 함께 연주했다거나 이전에 프로 활동을 했다는 등의 화려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오래가지 못하고 밑천이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다른 멤버들과의 소통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생깁니다.
이 모습은 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과거의 화려한 이력이나 누군가의 명성을 빌려 자신을 설명하는 사람들은 결국 현재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지 못해 마찰을 만들어냅니다. 반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직의 흐름 속에서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행동하는 사람은 동료들에게도 회사에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어떤 대기업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이야기하며 현재의 업무에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보다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채우려 하고 필요한 일이 있다면 먼저 손을 드는 사람이 결국 팀을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누군가가 해주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는 어느 조직에서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을 쓰며 저 역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이 합주에서 내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연주하고 있는 사람일까. 남들의 소리를 듣지 않은 채 내가 찍어야 할 음만 찍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음악 위에 올라타 함께 흐르고 있는지 말입니다.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던져볼 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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