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감정의 방문

조급함을 인지하다

by 두앤비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 감정은 무엇인가. 불안? 분노? 무엇인지 정확하게 집어내기 어려운 이 부정적인 감정은 보통 ‘짜증’이라는 단어로 퉁쳐서 불리곤 한다. 문제는 내가 평소 짜증이 잘 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도대체 나는 무엇 때문에 이런 감정에 사로잡힌 것일까?


어제, 그제, 지난 한 주... 천천히 과거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잠이 부족하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하는데 부족한 정도는 아니라고 느꼈다. 아니, 오히려 장염에 걸려 아무것도 하지 못해 평소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잠들어있었다.


그다음 의심이 되었던 것은 음식이다. 나는 장염으로 인해 2일 정도 식단이 제한되었다. 답을 찾은 것 같다. 다이어트할 때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효과가 좋다. 문제는 굉장히 예민해진다는 것이다. 나는 장염으로 인해 평소 먹던 만큼의 탄수화물이 섭취되지 않아 예민해진 것이었다. 예민해지기만 하면 괜찮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태로 업무에 임하다 보니 타인의 말이 굉장히 공격적으로 들렸다는 것이다.


누구든 나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피드백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성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의견들이 내가 쌓아놓은 것들에 대한 비난으로 들렸다. 그래서 조급함이 생겼나 보다.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내가 아직도 고쳐야 할 게 이렇게 많은가?, 내가 지금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인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모두의 의견을 비난으로 생각했다. 그랬더니 좋지 않은 생각들이 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었다.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뭐라고 하든 받아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나를 스스로 분석하기 전, 알 수 없는 감정의 상태에서 혼란스러울 때 이것을 선배에게 털어놨다. 선배는 나에게 여러 가지 말을 해줬다. 그중에서 내가 스스로 나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말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많다고 해서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에 짜증을 잘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나는 장기적인 관점을 장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시간은 많이 있기에 결국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탄수화물의 부족이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었고(지나고 나서 알았지만), 예민해진 나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 순간 장기적인 관점은 단기적으로 바뀌었다. 단기적으로 바뀌는 순간 내가 항상 옳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잊었다. 그리고 핑계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나는 잘하고 있는데 왜 나한테 뭐라 그러지?’, ‘여기서 어떻게 더 열심히 하라는 거야?’ 조급했다. 나는 잘해야 하는데...

선배의 한 마디가 관점이 뒤틀린 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줬다. 나는 후배들에게 항상 “조금만 천천히”, “조급하면 될 것도 안 돼”라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조급했다. 탄수화물이라는 핑계를 찾았지만, 부정적인 생각만 떠오르는 내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내용을 적어두기로 했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 경험은 다르기 때문에 더 생생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하기로 했다.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은 당장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지진 않더라도 끊임없이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내가 나를 이해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불편했던 감정이 있던 자리의 주인이 어느새 편안한 감정으로 바뀐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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