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소낙비 Mar 27. 2022

밥, 널 어쩌냐?

밥, 네 번째 이야기

나이를 먹으면서 살을 뺀다는 것,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은 어렵다. 살이 안찌도록 미리미리 알아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되는데 결국 평상시의 식욕과 운동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나에겐 저울의 눈금이 경고를 몇 번 보내고서야 미안함에 음식에서 눈을 멀리하는 잠시의 노력을 해본다. 오래가진 않지만…


하루 한 끼를 뭘 먹을까 고민하고 식구들이랑 앉아서 저녁에 오손도손 맛난 것을 먹는 게 즐겁고 출장가서는 근처 뭐 맛집없나 검색해서 나름의 과식속 미식을 즐기는 시간이 쌓이면서 몸은 금방 치대어 놓은 밀가루 덩어리처럼 자꾸 옆으로 퍼지고 운동이라고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고 가끔의 등산과 집에서 열심히 아령을 들어봐도 딱딱한 돼지가 되어가는 나이에 여전히 먹는 것에 목숨거는 것은 ‘입맛’때문인 것으로 결론짓는다.


‘입맛이 없다’, ‘모래씹는 거 같다’라는 말은 장모님과 나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우리는 서로 참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여러 이유로 각자 항상 다이어트중임을 강조하고 나름 열심히 관리하고 있음을 설명하지만 어제도 단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던 나에게 보내시는 따스한 저녁권유에 냉큼 배달의 민족으로 우리의 민족성을 가감없이 보여드렸다. 그렇게 2월과 3월의 하루 단식결심은 물건너 갔지만 아직 2022년은 많이 남았다고 혼자 위로를 해본다.


사실 아내가 해주는 맛있는 집밥만 먹고 운동을 하면 살 찔일이 없을 것이다. 각종 나물반찬에 신선한 조리음식과 찌게나 국등을 즐기는 아내는 묵은 반찬과 자극적인 찌게류의 입맛이었던 나를 결혼이후 서서히 길들여 와서 이제는 아내의 음식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다. 애들은 진즉에 그렇게 신선하고 맛난 음식도 냉장고에 들어가면 묵은 것으로 간주하는 간사한 입맛의 소유자들인지라 결국 식탁의 음식이나 냉장고의 묵은 반찬은 80프로가 내 몫이라 아까운 마음에 과식은 기본이다. 그래도 집밥만 먹는다면 괜찮겠지만 가끔?의 야식과 불금마다 불어오는 치맥의 유혹, 출장가서 혼자 즐기는 맛집의 시간등으로 잉여의 에너지는 결국 쌓이고 저울의 눈금이 보여주는 숫자에 죄책감을 느끼며 다이어트를 선언하는 것은 오랜 일상이다.


 먹는 즐거움은 여전히 유효하다. 뺄  빼더라도 당장에 먹는 것을 포기하거나 맛집을 같이 여행다니는 즐거움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눈을 뜨면 몸무게를 재보고 어제 저녁보다 빠져있음이 당연함에도 숫자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행복해하지만 출장을 며칠 다녀와서 올라가는 체중계위의 시간은 항상 긴장백배다. 지난주의 출장에서도 혼자 나에게 사주는 밥이란 이름으로 ‘짬뽕’과 ‘만두’로 즐거움을 즐긴지라 숫자는 거짓말이 없다. 어제의 단식 결심은 그냥 생긴게 아니다.


먹는 것과 빼는 것

아직도 얼마가 남은지 알 수 없는 인생의 길이속에 혼자 혹은 가족, 관계속에서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임에 분명하다.

평상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건강한 것들을 먹고 마시고 즐겁게 혹은 stressless의 삶을 지향해 인생을 보낸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단 하루도 그렇게 이상적이거나 이론적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음에 결국 인생을 길게 놓고 보면 진작에 그렇게 살껄하는 후회로 미래를 걱정하는 어리석은 낀세대인지도 모른다.


괜히 혼자 심각해졌다. 이건 내 인생의 모토가 아니다. 글쓰기에 몰두하다가 생긴 병폐다. 생각과 행동이 다른 평범한 50대의 아저씨에게 먹는 즐거움과 빼야하는 뱃살속의 고민을 너무 심각하게 오래 하는 것이 건강에 더 해롭다. 잘먹고 잘싸고 잘자는 것이 우선의 행복이고 미래의 건강임을 전도하는 입장에서 ‘심각’ 또한 멀리해야할 나의 적이다.


‘생각은 심각하되 행동은 사뿐히, 언행은 신중하되 지갑은…열게 없다’

작가의 이전글 뽑기 인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