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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Mar 30. 2022

'짬뽕'과 '만두'

짬뽕지존 용인남사점과 익산 고려당

출장을 나서면서 나에게 밥을 한 그릇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기억과 출장코스에서 나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머리속으로 수배하기 시작했다.


부산사람인 아내가 싫어하는 말중엔 '부산하다'라는 말이 포함되는 것처럼 가끔 국도변에서 보는 마을이름이나 도시명으로 혼자 말장난을 하며 멍때리는 중에 '남사스럽다'도 기억에 남는 지명이며 짬뽕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체인점인 '짬뽕지존 용인남사점'이 있으니 출장길가볍다. 교동짬뽕, 이비가짬뽕등 즐겨가던 짬뽕체인점도 많지만 요즘은 짬뽕지존에 빠졌다. 천안이 본점이라지만 체인점사업은 요식업을 전문으로 하는 누군가가 보급했다고하니 교촌치킨의 그것처럼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나보다...


일단 푸짐하다 못해 과하게 많은 조갯살(홍합, 동죽, 바지락)과 돼지고기와 야채의 적절한 배합으로 보통 짬뽕면보다 틈새라면정도의 맵기인 2단계 짬뽕수제비와 바삭하게 굽혀서 나오는 맛보기 만두를 주문하고 위생적으로 담겨져 나오는 단무지팩을 조심스레 뜯어보지만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보통 짬뽕에 담겨져 나오는 홍합(담치)껍데기가 없어서 너무 좋지만 언제부터인가 홍합맛이 텁텁하니 별로인데 여기는 나름 신선하기도 하고 홍합말고도 동죽이랑 바지락, 고기를 약간 걸쭉하게 내온 짬뽕 국물속 수제비도 양이 많지만 말아 먹으라고 나온 밥과 맛보기 만두도 포기할 수 없다. 결국 그릇 바닥보기엔 실패했지만 점심시간 꾸역꾸역 밀려드는 사람들 만큼이나 차버린 내 뱃속과 얼얼한 입안을 진정시킬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을 챙겨 나오면 점심식사는 마무리된다.


만두라면 자다가도 눈이 뜨일만큼 최애음식이기도 하고 익산을 들렀다가 점심시간이 되기도 해서 뭔가 맛있는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전주의 우신탕을 먹기엔 거리도 있고 지난번 가족들이랑 들렀던 익산 텐동집은 혼자 가기엔 튀긴 것에 대한 부담으로, 기억을 더듬어 만두맛집을 찾아 백반기행에도 나왔던 '고려당'으로 네비를 켰다.


양으로 승부를 건다. 점심시간이라 평일임에도 약간의 웨이팅을 감수하고서 혼자 들어선 좁은 홀테이블에 앉아 옆자리 사람들이 시킨 쫄면그릇과 남겨진 음식들을 보며, 냉모밀 한 그릇과 만두 1인분을 시켜놓고 집에 포장해 갈 만두와 찐빵을 따로 주문했다.

맛은...평범했다. 양은 비범했다. 반죽은 힘이 없어서 만두가 잘 터진다. 마누라에게 쥐어 터지는 나같아서 마음이 착잡하다. 농담이다.

"아빠가 만들어 온거 아냐?"

나에겐 괜찮은 만두였지만 포장해온 정성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맛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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