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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 황 Aug 28. 2022

여름나기(끝)

찬바람이 불면...

'찬바람이 불면 내가 떠난 줄 아세요'

어느 노랫가사처럼 찬바람이 불어오니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가을인갑다. 끝나지 않을거 같았던 후덥지근한 여름도 가끔 들리는 안타까운 매미 울음소리처럼 메아리같은 끝을 알리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자다가 머리맡 창문을 여미게 되는 가을이다. 웃기게도 벌써 아파트내 나무들은 낙엽을 떨구기도 한다. 철없다. 자전거길에 곱게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바람에 손길을 내미는 가을, 갑자기 떠나고 싶어지는 건 노래때문인지 마음때문인지는 알 길 없지만 바람처럼 구름처럼 숙소예약사이트를 찾아헤매이는 것은 다가오는 추석연휴를 그냥 흘려 보내면 뒷감당이 어려울거라는 마누라의 눈초리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당연,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새로운 자극과 경험들로 시간은 충만해지고 기억의 한 페이지속에 추억이란 이름으로 떠나가고 돌아오게 되는 시간이 즐겁고 고맙다.

물론 요즘 우리가족이 대면하고 있는 분노조절의 어려움과 목소리 높아지는 싸움의 횟수를 생각하면 '내 당장 이것들은 냅두고 둘만 다니리라' 다짐하지만 금새 가족이란 이름으로 화해하고 웃으며 여행계획에 포함시키는 어리석음을 반복한다.

역시 외식은 최소 4명이 가야 뭘 시켜먹어도 구색이 맞다라는 웃긴 주장으로 다 큰 딸래미들을 차에 태운다. 더 웃긴 건 다크나 마나 항상 우리 부부둘이서 뭐 따로 나가서 맛난거 먹나 노심초사다. 공부보다 우선이니..


천고가비!

(하늘은 높고 우리 가족은 비만이다 ㅎ)

처서가 나고 바람이 선선해지면서 차창밖 푸른 하늘이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가끔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면 이대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묶여져 있는 숫염소처럼 챗바퀴 돌듯 다시 현관문을 열고 기척을 내본다.


길위에서 인생을 배운다 했던가,

무던히도 많은 시간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길에서 보내었고 또 앞으로도 혼자만의 시간속에 돈을 벌고 사람들을 만나고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찬바람이 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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