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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 황 Sep 04. 2022

가을태풍

잠 못드는밤 비는 내리고

새벽부터 비는 내리고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행여 비가 들이칠까 조용히 애들방 베란다창문을 닫아보는 야심한 시간이다.


가을장마에 다음주부터는 무지막지한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친다니 걱정이 앞선다. 바람과 비가 낭만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안전하고 따스한 환경에서만 그런 것이지, 예전 비닐하우스를 짓고 귀농을 했던 그 시절 우리가족은 귓가를 때리는 빗소리와 태풍으로 잠 못드는 밤이 많았다.

행여 바람이 불어 비닐이 뜯기거나 날아가지 않을까? 비가 많이와 농작물이 잠기지나 않을까 밤새 잠 못자고 맘을 졸이지만 자연의 힘 앞에선 별로 할 만한게 없다. 그저 조용히 지나가기를 기도할 뿐...그렇게 마음 졸이던 농사를 접고 다리를 뻗고 잘 수 있게 된 지금이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자연앞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희생되는 것은 지난 서울쪽 폭우에서 보더라도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뿐이다. 농사도 그렇다.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 천지다. 겉보기는 뻔질나 보여도 빚좋은 개살구 천지며 이름 그를싸한 청년창업, 귀농이라하지만 대부분이 풍전등화같다는 걸 해보면 알게된다. 태풍이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지만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간장을 졸이게 만들지 알 수 없다.


가을,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면 기온은 낙엽과 함께 떨어지고 이내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안그래도 짧은 가을인데 시작부터 초강력 태풍이라니



글을 이어서 붙이고 있다. 한꺼번에 쓰기에도 짧디 짦은 글들이지만 더 더욱 짦은 단상들을 이어붙여 누더기를 덮어쓴 듯 하지만 그때 그때 생각나는 감상을 휴대폰으로 끄적거리는 맛도 있다.


부슬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전,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 며칠전 무리하게 거리120키로에 누적고도가 2,400미터가 넘는 영남알프스의 짭프스코스라는 죽음의 에덴벨리 업힐을 뺀 8개 고개를 조그마한 접이식자전거를 타고 출장으로 불어버린 체중을 빼겠다는 충기탱전, 일전불사의 각오로 진땀을 뺏던 터라 뭉쳐진 다리를 풀기 해서라는 핑계로 집을 나섰다.

빗물에 젖은 건지 땀이 떨어진 건지 셔츠가 축축해질때 즈음 동네 뒷산인 금정산 북문, 안개가 자욱한 600고지에서 차가운 운무속에 몸을 식힌다.


홀로 내 시야와 나의 심장박동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 즐겁다.



올해는 그럭저럭이다.

열심히라고는 하지만 아직 습관과 집중, 동기가 부족함을 현저히 느낀다.

글을 쓴다는 것은 또 다른 나와의 독백이자, 진심과 마주하는 통로라면 아직 힘을 주는 연습도 채 하지 않고 힘부터 빼고 있는건 아닌지 모른다.

바람이려니, 세월이려니 한다.

삶의 수많은 모습중 하나로써 아직 일기장처럼 습관이 될 그날, 아니 언젠가 남겨질 나의 발자취처럼 잃어버리지 않는 노트같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생각을 끄적거려보는 것으로 바람을 가르며 나의 심장소리를 느끼는 자전거라이딩처럼 나의 눈과 머릿속 자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 순간을 즐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 순 없다.

쓰고 싶은 글을 다 쓰며 살기엔 필력이 짧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길목에 불어오는 태풍이 조용히 지나가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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