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편지를 써 본게 언제적일까요? 우편으로 편지를 부쳐본 적이 아마 군대에서가 마지막이었지 않았을까 싶네요..예전엔 해외출장을 가면 그리운 마음을 담아 노트나 호텔 편지지에 글을 써보긴 했지만 부치지 못한 편지와 감상들이었죠. 지금은 그나마도 어디에 있는지, 손편지에 감상을 담아본 적이 감감합니다.
계절은 벌써 가을을 지나는지 아침 저녁나절에 옷깃을 여미고 따스한 이부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점점 어려워 집니다. 작년 이맘땐 새벽녘 열심히 독서도 하고 글도 쓰곤 했던거 같은데..그 때 그 해가 다릅니다.
냄새를 잘 못 맡습니다. 비염도 있고, 감각도 그리 뛰어나지 않는지라 음식의 맛이나 냄새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가끔 비오는 날 칼국수집에서 풍기는 구수한 육수냄새 정도는 되야 '캬' 냄새 지기네 하는 정도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을이 지나는 시간에 왠지 모를 쓸쓸함과 진하게 묻어나는 겨울 냄새가 납니다. 코 끝에 전해져 오는 찬바람속에 생명의 멈춤과 세월의 막다름이 느껴지고 딱딱하게 얼어가는 흙바닥에서 생기의 소멸과 단절이 말라가는 갈대같은 푸석한 냄새를 풍깁니다.
그렇다고 죽음이거나 종말의 겨울이 아닌 가끔 햇살의 그리움을 알려주는 따스한 겨울 양지녁의 냄새는 참으로 온화하고 조용히 바람을 타고 목덜미를 스칩니다. 가끔 떨어지는 마지막 낙엽들처럼 부스스한 바람속에 바닷내음처럼 비릿함이 묻어납니다.
편지를 써 보고 싶어지는 겨울,
나에게 의미를 가져다 주었던 수많은 추억들과 시간의 모음들이 서서히 기억저편으로 흐릿해지는 요즘 가끔 양지 바른 곳의 무덤 풀가에 누워 겨울 햇살을 쬐는 것처럼, 따스했던 할매의 꼬리하지만 그리운 묵은 냄새가 불현듯 떠오르네요.
사람의 마지막 순간은 그리 아름답지도 유쾌한 경험도, 좋은 냄새로 남겨지지도 않습니다만 그래도 누군가 겨울의 그 내음들처럼 차갑지만 따스하기도 하고 비릿하지만 그립기도한 고향(엄마/할매)의 냄새처럼 잊혀지지 않는 참 설명하기 어려운 기억들입니다. 더우기 냄새에 대해 젬병인 제가 꺼내긴 웃긴 이야기지만 겨울 냄새와 죽음의 이미지은 비슷합니다.
세상과 계절은 돌고 돌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죽음이 온다고 끝이 아니라는 믿음과 스토리텔링이 기가 막힙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냥 그게 끝이길 바랍니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우린 다시 만나게 될까?"
웃긴 소리하고 있네...
다시 태어날 일 없으니 있을때나 잘해...
우린 이렇게 서로 합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