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는 나이가 깡패인가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넌 나이가 깡패다.' 일 것이다. 사실 첫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나는 내가 늦은 줄로만 알았다. 상대적으로 취업 정보에 소외되어 있었고, 휴학을 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사회로 나오자, 세상은 내 예상과 많이 달랐다.
내가 첫 회사생활을 시작했던 나이는 만 21살이었고, 지금까지 내가 속했던 모든 팀에서 나는 항상 막내였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로,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나보다 어린 분을 만나 뵌 적이 없었다. 그리고 항상 나의 나이를 처음 들은 사람들은, 뜻 모를 부러움을 표현하고는 하였다. 어린 나이에 운이 좋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곤 했었다. 과연 나이가 어린것이 내가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것일까? 먼저 마케팅이라는 직무에 있어서, '젊은' 것이 스펙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디지털 플랫폼을 매체로 하는 마케팅 콘텐츠의 주 타깃은 2030, 즉 MZ세대이다. 하여 이들과 같거나 혹은 가까운 나이대라면 타깃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뽑아주었던 모든 팀에서, 나에게 원하였던 것도 '그 세대에 대한 인사이트'였다. 이를 고려해본다면 내 나이는 장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정보들이 그들에게는 새로운 지식이 되기도 했고, 우리 사이의 유행에 대해 전혀 모르고 계시는 경우도 다반사였으니 말이다. 가끔은 내가 나무 위키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 어린 나이로 인해, 받지 말아야 할 오해를 받고도 한다. 한 번은 취업 커뮤니티에서 24살에 인턴을 세 번이나 한 4학년은 불가능하다는 식의 저격글을 받은 적이 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못했다고 남들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또 과도하게 열심히 살았다거나, 어린 나이에 일만 한다고 불쌍하게 여기는 말을 들은 적도 많다. 그러나 나는 일하는 게 아직까지도 마냥 즐겁다. 일할 수 있음에 행복하고, '망할 놈의 회사'같은 생각 따위는 해본 적도 없다. 언제부터 사회에서는 일하는 게 불쌍한 것으로 간주되어 버렸을까. 일을 통해 자존감과 자긍심을 찾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말이다. 회사 내에서는 동기들에 비해, 상대적 어림이 주는 낮은 신뢰도를 겪어내야 했던 경험도 있다. 어리기 때문에 아직 서툴 것이라는, 혹은 아직 어려운 일은 못할 것이라는 은연 중의 편견은 가끔 나를 정말 지치게 만들었다. 물론 아직 프로만큼은 아니지만, 또래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마케팅 관련 업무에 대한 인사이트가 풍부하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가끔은 내면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외적 요소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린' 나는 아직은 못 미더운 것이다.
누군가는 돌도 씹어먹을 나이라고 한다. 가끔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손 윗사람들에게 털어놓으면, 결론은 '너는 어리니까 충분히 가능해, 아직 기회가 많아.'라는 당연한 말로 점철되고는 한다. 그러나 나는 내 어린 청춘을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에만 쓰고 싶지는 않다. 빨리 이 사회에 들어온 만큼, 빨리 성취하여, 빨리 내가 원하는 그 자리에 앉아있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많은 기회 따위, 다 쓰고 싶지도 않고, 굳이 쓸데없는 아픔을 젊음이라는 이유로 겪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아프니까 청춘은 무슨. 아프면 환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