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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by 창복 Mar 06. 2025

밤 사이 비가 내렸다.

가는 비는 아침에도 내린다.

땅은 젖어 있고 작은 물웅덩이가 깜박이듯 물결 잔상을 보이므로 가는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걸 안다.

창으로 된 뒷문의 커튼을 반쯤 접어 집게로 집어주니 비에 젖은 파란 잔디가 눈에 들어온다.

뒷마당엔 캐노피가 접혀있고 야외용 탁자와 의자만이 덩그러니 비를 맞고 있다.

커피 두 잔을 내리고 와이프를 깨운다.


짙은 커피 향이 거실에 퍼진다.

무늬가 없는 하얀 컵 두 잔을 식탁으로 옮기고 와이프와 마주 보고 앉는다.

뒷문 창가로 고양이 레오가 어느새 앉아서 실내를 보고 있다.

레오는 새벽에 나갔으리라.

비가 오고 땅이 젖어 있으니 오늘은 집 안에서 잠으로 보낼 것이다.

레오가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다.

강아지 테디는 꼬리를 흔들며 레오의 주위를 돈다.

레오는 계속 걸으며 반대편 창가에 놓인 캣타워 맨 꼭대기에 올라 자리를 잡는다.


봄비는 간간이 내리고 있다.

체리꽃과 복숭아꽃이 조금씩 떨어지리라.

지난주 일요일에도 꽃들은 만발했었다.

흐드러지게 핀 체리꽃들이 바람에 날리며 흩뿌려지고 있었다.

구름도 한점 없는 파란 하늘과 초록풀들로 갈아입은 산등성이와 드넓은 과수원의 체리꽃들과 꽃들을 환하게 비추는 햇빛을 바라보면서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다.


다시없을 봄의 지금이 지난다.

오늘의 나와 와이프의 봄이 막 지나고 있다.

시계의 초침이 째깍거리며 움직인다.

내일의 봄이 다가오는 소리다.

또 내일은 다른 아름다운 봄이 봄비와 함께 오리라.


봄비.

세상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랑이 되길,

••

세상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평안이 되길,

••

아름다운 당신에게 축복의 선물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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