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7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에선 굵은 비가 내리고 있다.
산에서 구경하는 비구경도 꽤나 볼만하다.
비를 피할 공간이 마땅히 없어 임시로 큰 우산을 근무자 벙커에 설치해 두었다.
그래도 포상에는 경계병이 서 있어야 한다.
경계병은 우의를 입었지만 무릎 하단으로는 철철 비를 맞는다.
가까운 호수는 하늘과 맞닿은 듯 구분이 없어졌다.
굵은 비는 하늘과 호수 사이의 통로가 되어 두 공간을 하나로 연결한 것 같다.
“엇, 낚시를 하나? 이렇게 비가 오는데?”
진지 바로 앞쪽으로 긴 철로가 지나는데 철로는 호수보다 2M 정도 높은 둑 위에 설치되어 있고 왼쪽의 작은 연못과 오른쪽의 큰 호수 사이로 철로는 지나간다.
“이런 날에도 고기가 잡히나?”
말하는 사이 굵은 비는 가는 비로 바뀌었다.
낚시꾼은 왼쪽 작은 연못에서 일어나 오른쪽 큰 호수 쪽으로 이동하려는 듯 움직인다.
낚싯대를 거두지 않고 긴 낚싯대를 어깨에 메고 철길 둑을 가로지르려고 하는 것으로 보였다.
“비가 잦아드니까 큰 고기 잡으려고 하나 보다”
낚시꾼이 철로 위에서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큰 호수 쪽으로 발을 내딛는다.
순간 ‘번쩍’ 하더니 낚시꾼이 쓰러졌다.
“어? 야야 저기 사람이 감전됐어. 야 빨리 애들 보내라. 들것 준비해서”
“소대장님, 들것이 없습니다.”
“뭔 소리야, 우리 돌 나를 때 쓰던 거 있지, 마대자루로 만든 거, 그거라도 가지고 가, 그리고 상황실에 알려서 경찰이나 병원에 연락하라고 하고”
상호와 기병이가 뛰어갔다.
“너희 둘, 명심해라. 만약 낚싯대가 기차 전선에 걸린 채로 있으면 절대 가까이 가서 사람을 만지면 안 돼, 고압이야. 땅이 젖은 상태이고 여전히 감전된 상태로 있으면 위험하니까 건들지 말고 바로 올라와, 알았지”
내려가는 길이 직선이 아니라 거의 도착할 때쯤 둘이 보였다.
둘이 손짓을 하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다. 둘은 낚시꾼을 들 것에 옮기고 작은 연못 쪽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낚시꾼은 근처에 사는 마을 사람으로 추정이 되었다.
몇 명의 마을 사람들이 상호와 기병이에게 다가가는 게 보였다.
“마을 분들이 병원에 연락한다고 해서 저희는 올라왔습니다”
기병이가 자초지종을 말한다. 숨은 쉬고 있었는데 들 것에 옮기려고 손을 잡았더니 피부가 미끄러지고 해서 옷을 잡고 옮겼는데 살 타는 냄새가 많이 났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무슨 일인가?
내무반에서 긴급하게 인터폰으로 연락이 왔다.
“소대장님, 종일이가 가슴이 아프다며 쓰러졌습니다. 급합니다”
“뭐야? 왜 그러는 거야?”
“모르겠습니다, 식사 후에 갑자기… 모르겠습니다. 위급해 보입니다”
산지기처럼 달려 내려가 종일이를 보니 가슴을 쥐고 괴로워하고 있다.
덩치가 가장 큰 정국이에게 둘러업으라고 하고 차가 다니는 찻길로 냅다 뛰었다.
“포대에 상황 보고하고 나하고 정국이 하고 읍내 병원으로 간다고 해, 응급 상황이야”
지나가는 차라도 잡을 생각으로 찻길을 보고 있는데 코너를 돌며 큰 트럭이 오고 있다.
손을 흔들어 차를 세웠는데 큰 덤프트럭이다.
차의 좌석이 꽤나 높아 정국이가 온 힘을 다해 위로 종일이를 올리고 위에서 내가 잡아당겼다.
“환자가 발생해서 그러는데 읍내로 가주실 수 있나요?”
말이 물음표였지만 제발 가자는 윽박지름이었다.
읍내로 향했다.
종일이는 말을 하지 못한 채 가슴만 쥐고 있고 읍내로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비상등을 켜고 가는데 앞선 승용차가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
자동차 안의 습한 기온 때문인지 식은땀이 흐르고 목이 마르다.
“비키라고! 비상등이 안 보이나?”
읍내 의원에 도착해서 바로 조치를 취했다.
의사의 말로는 위험한 시간은 지났고 그래도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한다.
젊은 녀석이 심근경색이 있을 거라니 일단 국군병원으로 이송을 결정했다.
정밀 검사를 받도록 조치를 취했다.
하루가 너무 다이내믹하게 지나갔다. 아침은 걸렀고 겨우 소대 복귀를 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종일이가 국군병원에서 퇴원한 후에 만약을 대비해서 포대본부로 이동조치를 했다.
진단 결과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지만 안전이 우선이었다.
그동안 종일이를 후임으로 받아 가르치던 지평이에게는 아쉬움이 많은 결정이었다.
아무래도 소대에서 생활하는 게 더 힘들 테니 포대본부가 더 근무하기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