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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Sep 03. 2024

고양이의 출근

고양이 말을 알아듣다



문을 열자 고양이, 레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온다.

발걸음에 피곤함이 잔뜩 묻어 있다.


“들어와라, 피곤하지?”

“다녀왔습니다. 아, 피곤하고 배가 고파요”

“빨리 올라가서 밥 먹어”


레오는 막 차린 밥을 먹으려 아일랜드 식탁으로 뜀뛰기를 한다.


“니가 집 지킨다고 수고하는 건 알겠는데 밤엔 집에 있어라 “


뭐라 말해도 밥그릇에 머리를 박고는 못 들은 척한다.


“천천히 먹어”

“아빠, 다~아 먹었어요”

“그럼 이젠 들어가 쉬어”

“아냐 아빠, 나 잠깐 옆집에 갔다 와야 해”

“또 나가? 어딜 간다고 그래!”


아무리 말해도 레오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듯이 뚜벅뚜벅 문을 나선다.

뒷문으로 나간 레오는 왼쪽 담장을 올라 유유히 담장 위를 걸어가다 옆집으로 내려갔다.

레오는 중간중간 성과를 내곤 한다.

어느 날엔 생쥐를 잡아오고 어느 날엔 도마뱀을 잡아오고 어느 날엔 작은 새도 잡아 온다.

이사 오고 얼마동안은 동네 밤 건달들, 일명 도둑고양이들과 영역 다툼으로 하루 종일 밖에서 보초를 선 적도 있다.

또 어느 땐 두 번인가 자기보다 덩치가 큰 아메리칸 쥐와 ‘담장 위의 결투’를 한 적도 있다.

싸움이 있은 직후엔 광견병이라도 걸릴까 봐 일절 외출 외박을 금했었다.


“아빠, 나 이제 잘게요”


레오가 어느새 뒷문 앞에 와서 방충망 너머에서 말한다.

문을 여니 곧장 물을 들이키고는 안방에 있는 자기 아지트로 향한다.


고양이의 언어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들었다.

개와는 다른 언어였는데 처음 접한 언어라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레오는 가족들의 너무 지나친 애정을 싫어하는 아이다.

그런데 자기가 필요할 땐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애정표현을 한다.

가끔 이 부분을 착각해서 지나치게 쓰다듬다가 콱 물린 적도 있다.


레오는 저녁이 되어서야 일어난다.

안방에서 나와 아직 잠이 덜 깼는지 거실 바닥에 털푸덕 눕는다.


“아빠, 잠이 안 깨요. 빨리 나가야 하는데”


한참을 뒹굴며 잠을 깨곤 저녁밥을 먹겠단다.

저녁도 푸짐하게 먹었겠다 싶은지 레오가 1차 출근을 하러 나간다.


“아빠, 엄마 다녀올게요!”

“차 조심하고 늦지 않게 들어와. 맛있는 추룹 줄게”


엄마가 레오가 나가는 뒤에 대고 측은한 마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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