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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Sep 03. 2024

뉴진스

캐릭터 그리기


3주 전쯤 작은 아이는 부탁을 했다.

‘뉴진스’ 캐릭터를 캔버스에 그려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냥 종이에 그리지?”

“아냐 아빠, 내 방에 걸어둘 거야”

“캔버스면 색칠은 뭘로 하고”

“어, 찾아봤는데 오일 파스텔이라고 있어”

“보여줘 봐”


아이가 인터넷에서 오일 파스텔로 그려진 ‘뉴진스’ 캐릭터를 보여준다.


“뭐냐? 다섯 명이나 돼?”

“응, 귀엽지 않아?”


작은 아이는 중학교 때 숙제를 하며 자신이 그림에 소질이 없다는 걸 알고는 크게 실망을 했었다.

언니가 그림을 그리고 색칠도 예쁘게 하는 걸 자신과 비교하며 그린다는 것을 거부했었다.


“00야, 어느 누구라도 그림을 잘 그리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예쁘고 키도 크고 멋있고,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어”


작은 아이는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넌 네가 갖고 있는 장점이 또 있어”

“그게 뭔데?”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서 물어본다.


“가령 예를 들어서 넌 뭐가 예쁘고 멋있는 줄 알잖아, 그리고 말하는 요점을 잘 파악하고, 아빠도 오랜 훈련으로 채득 한 걸 넌 벌써 그런 걸 할 줄 알잖아”

“채득이 뭔데?”

“알아내고 몸에 익힌다는 거야. 손으로 그림을 못 그리면 사진이나 기타 필요한 것들을 오려 붙여서 설명하면 되는 거야”

“그래도 돼?”

“그럼, 그렇다고 남의 걸 막 갖다가 쓰라는 게 아니고  퍼블릭한 것들은 쓸 수 있으니까 그런 걸 이용하라는 거지”


조금의 이해와 위안이 되었을까?

아이는 숙제에 그려 넣어야 할 그림을 다시 그려 본다.


그 후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예쁜 게 있으면 사진 찍어두고 그림을 오려 붙이고 가끔 직접 그림도 그린다.


그런데 이번 ‘뉴진스’ 캐릭터 그림은 정말 갖고 싶어서 아빠의 힘을 빌리고 싶은가 보다.

오랫동안 속으로 구상하던 그림을 남아 있던 캠버스에 그리려고 했던 생각을 뒤로 미루고 아이의 부탁을 들어준다.

색칠은 자신이 직접 하고 싶다고 한다.

난 ‘뉴진스’ 캐릭터와 마스코트의 조합과 구성을 설명한다.


“바탕 색깔은 뭘로 할까?”

“뉴진스가 하늘을 나는 거니까 파란색으로 하면 어때?”

“어, 좋은 생각, 근데 캐릭터를 살려야 하니까 옅은 파랑으로 하자. 그리고 마스코트 토끼는 큰 구름으로 표현하고”

“좋은데, 아빠, 빨리 토끼 그려 줘”

“작은 토끼보다 큰 거대 토끼로 하고 캐릭터 배경으로 하자”

“오케이, 좋아 좋아”


대화는 계속되고 ‘뉴진스 노래도 계속 나오는 중이다.

아이가 노래를 흥얼거린다.


“… 잇츠 슈퍼 내추럴, 어텐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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