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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Sep 05. 2024

커 피


일이 바쁘니 글쓰기를 하루 걸렀다.

그랬더니 하루가 지나자 글쓰기가 막혔다.

제목만 써놓고는 태블릿을 덮고 또 다른 제목을 썼다 또 지웠다.


“아, 피곤하다”


글 쓰는 게 배변 활동도 아닌데 변비처럼 막혔다.

뭘 해야 하나 막막하다.

계속 뭘 써야 하나? 그런데,

글을 쓰는 건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다.


커피의 향을 좋아한다.

소박한 꿈이 있다.

도시를 여행하며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니고 싶다.

누가 말해준 커피도 좋고 내가 발견한 커피도 좋겠다.


나에게 낯선 도시가 주는 느낌은 조심스러움과 새로움이다.

나에게 낯선 도시는 그곳에 사는 주민에게는 편안함과 익숙함이리라.

그들은 어떤 커피를 좋아할까?


커피는 새벽에 마실 때, 아침에 마실 때, 점심에 마실 때 그리고 저녁에 마실 때가 다 다르다.

난 새벽에 마시거나 아침에 마시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봄에 마실 때, 여름에 마실 때, 가을에 마실 때 그리고 겨울에 마실 때가 다 다르다.

난 가을과 겨울에 마시는 걸 좋아한다.

에스프레소는 아침에 어울리고 아메리카노는 새벽에 어울린다.

그리고 정말 가끔 와이프가 주문한 캐러멜 마끼아또를 뺏어 먹는다.


도서관에서 나와 짬짬이 마시던 자판기 커피도 맛있었다.

돌다방 미스김이 스푼으로 휘휘 저어 내놓던 커피도 맛있었다.

종로 2가 연타운에서 친구와 마시던 커피도 맛있었다.

중2 때 맥심에 프리마를 잔뜩 집어넣고 마셨던 커피도 맛있었다.

마트에서 파는 삼각 커피 우유도 맛있기는 마찬가지다.


커피콩을 구울줄도 모른다.

커피의 정확한 품종과 이름도 모르겠다.

커피의 맛을 바리스타처럼 디테일하게 설명을 하진 못한다.

그래도 아침에 내린 커피가 은은히 뿜어 내는 커피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만이라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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