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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Sep 10. 2024

청춘스타

단편 소설 5


“너 알아? 우리 학교에 티브이에 나오는 배우가 다니는 거”

“누군데?”


1학년 때부터 떠돌던 소문이었다.

티브이 브라운관에서 보는 배우가 같은 학교를 다닌다니 그게 누군지 궁금했다.

그런데 소문 같은 거라 믿지도 않았지만 기대는 했다.


극장 영화 포스터에 그려진 ‘신성일’을 보며 배우의 기준 얼굴이라고 각인을 했다.

아마도 내 머릿속 영화배우는 신성일이 최고의 잘생긴 얼굴로 기준을 세운 듯하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며 신성일과 비교도 해보았다.


“난 신성일보다 못생긴 것 같아”


신성일은 미남이고 체격도 좋은데 난 키도 작고 체격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래서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신성일 때문에 난 배우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소한 몸은 더 성장하지 않았고 그런 몸으로 2학년이 되었다.

친구도 덕구를 포함해 몇 명이 생기고 학교 생활은 질풍노도처럼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등교시간에 열심히 가파른 학교길을 따라 걷는데 아이들이 부산스럽다.


“야, 저기 앞에 가방을 어깨에 메고 가는 애가 배우래”

“이름이 뭔데?”

“엠비시 어린이 드라마에 나오는 애 있잖아”

“한둘이야? 그중에 누구?”

“손,,, 뭐라고 있어”


앞을 보니 어깨에 가방을 멘 아이와 그 옆에 친구처럼 보이는 애 둘이서 걸어가는 게 보인다.

나보다 키가 커 보이고 덩치도 좋아 보인다.

몇몇 애들이 걔를 보려고 발걸음을 빨리 한다.

그중 몇 놈은 아예 뜀박질을 한다.


‘촌스런 놈들, 지가 잘나면 신성일보다 잘 났겠어?’


속으로 주변에 관심을 보이고 달려가는 아이들을 한심하게 쳐다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얼굴이 궁금했다.

내 발걸음으로는 그 애를 볼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자존심상하게 뛸 수는 없었다.

애써 무시하고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실로 들어갔다.

소문은 어찌나 빠른지 창가에 서성이고 있는 녀석들과 복도로 뛰쳐나가 다른 반들을 돌아다니는 녀석들,

그리고 가까이에서 직접 봤다며 침을 튀어가며 열변을 토하는 녀석들로 반 전체가 어수선하다.


“난 처음 보잖아, 진짜 잘 생겼더라”

“키도 크고, 티브이에서 보던 것보다 어려 보이지 않아”

“학교도 거의 오지 않는데 오늘은 촬영이 없나 봐”

“걘 교복을 입었는데 바지가 딱 달라붙는 백바지 같아”

“고등학생처럼 보이지 않냐?”


수업이 시작되고서야 안정이 찾아왔다.

학교수업을 끝나고 그 애가 있다는 반을 기웃거려 본다.

자존심을 부려봤지만 나도 모르게 그 애를 보고 싶었나 보다.


“손창민이 벌써 갔어. 우리 반에도 오지 않고 교무실에서 있다가 바로 갔데”


엠비시 어린이 드라마를 틀었다. ‘무지개 타는 아이들’ 이 막 시작을 한다.

그 애를 보려는 거다.

만화밖에 모르던 난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드라마 속에서 친구 같은 배우들이 여기저기 다니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특히나 창민이가 멋지게 점프도 하고 다른 애들과 뛰어다니는 모습이 부러웠다.

여자 아이들도 함께 어울려 다니며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회에도 또 행복한 결말이다.

나도 배우가 되면 저렇게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토요일이다.

대대적인 대청소가 있는 날이다.

난 복도에 있는 창을 닦기로 했다.

어느새 덕구가 옆에 붙었다.

유리창 청소는 뒷전이고 둘이 붙어서 수다를 쏟아낸다.


“덕구야, 너 그거 봤어?”

“뭔데?”

“야, 쨔사, 창민이 나오는 엠비시 드라마”

“보고 있어, 거기 예쁜 애들 많이 나오잖아”

“야, 걔들 부럽지 않냐? 창민이 그놈 막 나무에서 뛰어내리고 잽싸게 뛰고 그러잖아”

“부럽지, 창민이는 여자애들 손도 잡고 막 뛰던데, 난 그게 부럽더라”

“우린 여기서 상상을 하는 거야, 내가 창민이라고 생각하고 나무에서 잽싸게 뛰어내리는 거지”

“야야, 같이 뛰자! 하나, 둘, 셋!”


창틀에 매달려 있다가 드라마를 상상하며 수돗가 쪽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빡!”


창의 깨진 유리가 하얀색 고무 밑창 실내화를 뚫고 오른쪽 발바닥에 박히는 소리가 났다.

오른발을 들어 올리자 박힌 큰 유리가 보인다.

제길, 크게 다쳤다.

급하게 유리를 빼고 신발을 벗으니 피가 철철 난다.

덕구가 선생님을 불러오고 선생님과 양호실로 향했다.

소독과 약을 바르고 붕대로 칭칭 감고는 양호실에 누웠다.


“아주 큰 사고는 아니니까, 잠시만 누워있어, 피가 멎을 때까지 지켜보자”

“어쩌다. 이랬니?”


양호실에 누워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꿈을 꿨다.

신성일이 창민이를 데리고 놀고 있다.

난 그 둘을 바라보며 혼자 서 있다. 나도 같이 놀고 싶다는 부러움을 느낀다.

어? 신성일이 내쪽을 바라본다.

신성일이 미소를 지으며 내 이름을 부른다.


“낙준아,,, 낙준아!”


잠에서 깼다.

신성일이 아니라 선생님이 부르는 소리였다.

2000원을 주시면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란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덕구의 부축을 받으며 학교를 나왔다.


신성일처럼 잘 생기고 키도 크고 체격도 훌륭하지 못하지만 배우가 되면 어떨까?



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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