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가 긴 사람은 어쩌라고
“이리 와 아빠, 팩 해야 돼”
저녁을 먹은 후에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작은 애가 부른다.
“아빠!”
“왜!”
“언제 올라와?”
소파에서 일어나며 티브이를 끄고 계단을 오르는데 작은 아이가 계단 끝에서 기다리고 있다.
자기 얼굴에 팩을 하고선 나에게도 권하고 있다.
“아빠도 팩을 해야 해, 여기 포맨이라고 있어. 이리 와 아빠, 팩 해야 돼”
“난 안 한다니까”
팩을 얼굴에 덮을 때 차가운 느낌이 싫어 팩을 거부해 본다.
그러나 자식이기는 아비가 있을까?
못내 이끌려서 스탠드 불을 켜고 소파에 앉는다.
어느새 팩을 꺼내서는 한 겹 한 겹 펼친다.
“에휴, 이게 다 덮일까 몰라”
누가 해달라는 것도 아니었는데 기죽이는 소리부터 날린다.
“이거 차가울지 몰라, 각오해”
“천천히 덮어”
“천천히 하면 더 차가워요. 한 번에 착 해야지”
“알았어, 그럼 해봐”
“자, 간다”
하얀 종이 팩이 얼굴에 덮이고 솔향이 은근히 올라온다.
아이는 위쪽, 아래쪽 그리고 눈과 코부위를 찬찬히 매만진다.
그런데 위쪽을 당기나 싶다가 아래쪽 턱을 내리고 입이 덮이지 않도록 여러 번 조정한다.
“에이, 안 되겠어. 다 덮이지가 않아. 이마는 반은 포기해야 해”
잠시 감았던 눈을 뜨고 휴대폰 카메라를 보았다.
남성용 팩인데도 이마는 다 덮이지 않았다.
평소 얼굴이 길다고 와이프가 놀려댔는데 실감(?)이 나고 있다.
“사진 찍어서 엄마한테 보내”
사진을 본 와이프가 한 소리 한다.
“길어서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