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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Sep 30. 2024

깡패를 만나다

단편 소설 8



중 3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만난 아이들은 키가 많이 자라 있었다.

바지가 너무 작아 교복을 새로 맞추었다는 녀석도 있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작은 덩치에 왜소한 체격이었다.


삼총사 하고 같이 하던 습관들도 공부를 해야 하는 나로 인해 깨졌다.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함께 걸어 하교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빨리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고 쌓여있는 공부는 토요일까지 계속되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 두 가지인데 먼저 오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그날은 구파발로 향하는 155번 버스가 먼저 왔다.

날씨는 약간 더웠으나 살짝 가을 냄새가 풍기는 하늘이었다.

불광동에 내려 큰길을 건너고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을 향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시외로 가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짐보따리를 잔뜩 싣고 있는 시외버스를 보며 막 골목길로 들어섰다.


“야!”


후미진 골목에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런 곳에서 나를 ‘야’라고 부를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하며 계속 걸었다.


“야, 너 교복 입은 놈”


또렷이 나를 지목하고 누군가 불렀다.

난 소리가 났던 왼쪽으로 돌아보았다.

거기엔 한눈에도 불량스럽게 보이는 놈이 나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녀석은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나보다는 세네 살 나이가 많은 듯 보였다.

나는 겁이 덜컥 났다.


“왜요?”

“왜요? 이리 와봐”


무슨 마법처럼 놈이 손짓을 하는 대로 발이 움직였다.


“너 돈 있지, 나 돈 좀 빌리자”

“돈 없는데요”

“너 새끼 뒤져서 돈 나오면 10원에 한 대씩 맞는다”


급격한 동공지진과 다리가 풀리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친구 중에 돈을 뜯겼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내가 이런 일을 당한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녀석이 내 호주머니에 손을 갖다 대려고 할 때 난 놈을 밀치고 뛰었다.


“이 새끼, 안 서!”


뜀박질엔 자신이 있었다. 어릴 적에 날다람쥐 같다고도 했다.

어디로 뛰어야 할지 몰라 무작정 집 방향으로 뛰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계단이 많았다. 낮은 산등성이에 집들이 있었는데 우리 집은 산등성이 너머에 있었다.

계단이 시작되는 초입에 들어선 찰나, 어깨에 손이 얹어지는 게 느껴졌다.

놈에게 잡혔다.

그리고 전쟁의 포로같이 보이지는 않지만 투명한 포박에 묶여 있는 것처럼 한쪽팔이 붙잡혀 연행되었다.

다시 골목길로 들어갔다.

주먹이 복부를 강타했다.

놈은 쓰러진  등을 걷어찼다.


“새꺄, 어딜 도망쳐”


쓰러져 있는 내 바지 주머니를 뒤지며 놈은 연신 씩씩거리고 있었다.

바지 주머니에선 버스 회수권이 있었고 놈은 그것을 빼앗아 갔다.

바지 주머니를 모두 뒤지고는 가방을 열라고 한다.

가방 안 필통에는 천 원이 있었다.

삼총사들과 하교할 때마다 탁구장이며 과자를 사 먹던 용돈이 있었다.

그게 있는지도 몰랐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그것마저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을 했다.

난 불안했지만 극도로 집중을 했다.

기회가 되면 또 탈출을 해서 사람들이 붐비는 버스 정류장 쪽으로 튈 생각을 했다.


가방을 땅바닥에 놓아두고 놈에게 뒤지라고 했다.

놈은 또 위협을 한다.


“씨팔, 이번에 나오면 두배로 맞는다”


놈이 가방을 뒤지려고 쪼그려 앉았다.

머리는 하얘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싸움을 해 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었다.


“퍽”


난 몸을 날려 놈의 머리를 발로 차버렸다.

어설프게 맞았는데 놈이 뒤로 자빠졌다.

가방을 들고뛰었다.

골목길에서 불과 10m 도 되지 않는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정신없이 뛰어서 버스 터미널 안쪽으로 숨었다.

사람들은 북적였고 여러 문들이 있어서 도망가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도망쳐 나온 골목길을 살폈다.

놈은 보이지 않았다.

쿵탁거리는 가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았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한참을 사람들이 북적이는 버스터미널 대합실 속에 숨어 있었다.


조금 마음이 진정이 된 후에 집으로 돌아가기 한 계획을 세웠다.

골목길이 아닌   큰길을 하기로 했다.

어릴 적부터 살았던 동네라 길과 골목을  알고 있었다.

큰길이라면 위험할 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주변을 살핀 후에 냅다 골목길의 반대방향으로 뛰었다.

약국과 빵집을 지나 코너 철물점이 있는 큰길까지 달려왔다.

큰길로 들어서서 주변을 살피며 얼마간 걷고 있는데 앞집 형이 걷고 있는 게 보였다.

그제야 긴장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낙준아, 너 모자 어딨 니?”


깡패 놈으로부터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모자가 그런 사이에 없어진 것이었다.

집에 들어가 형과 함께 깡패 놈을 만났던 골목길에 가 보았다.

하지만 모자는 거기에 없었다.

1000원을 빼앗기지 않으려다 학교모자를 잃어버렸다.

동복으로 교복을 갈아입을 시기까지 모자를 쓰지 않고 학교를 다녔다.

불량배처럼 보일까 봐 조마조마했다.


이후로 난 구파발 노선을 타지 않기로 했다.

타더라도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리고 조금 더 걷기로 했다.

 처음 겪은 폭력과 갈취는 어린 나에겐 충격이었다.

주변을 살피고 위험하다 싶으면 피하는 습관이 이때부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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