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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폴과 그의 아버지 댄

나와 내 이웃의 미래

by 창복

옆집에 미친 폴(Paul) 이 산다.

폴은 싸인을 했다. 10년 전 엄마를 보내고 지금 그의 아버지 댄(Dan)의 장례식을 치른 다음날이다.

“덱스터” 회사의 클론 상품은 유명하고 여러 이용자가 추천을 했다. 대략 5만 불의 몸체와 보수 및 관리 비용으로 월 500불이 지불된다고 한다.


폴은 두해 전부터 준비를 한 듯하다. 아버지의 몸동작과 음성을 카피하고 데이터를 꾸준하게 모았다.

“덱스터“ 사에서 구입한 T-200 은 몸체는 가벼운 금속재질로 만들어지고 외부는 인조피부로 구성되어 있는 인공 로봇이다. 그리고 폴은 여기에 아버지의 몸동작과 목소리와 기억 Data를 옮겨 놓았다.


“어서 와라. 폴, 저녁은 먹었니?”

문 밖에서부터 댄이 퇴근하는 폴을 살아생전 댄의 목소리로 반긴다.

옆집에서 들리는 두 목소리는 늘 들리던 일상의 풍경 같다. 하지만 지금의 댄이 댄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소름이 끼친다.

“아뇨. 저녁을 먹어야죠. 아버지가 만들어 주는 파스타를 먹고 싶어요 “

폴은 아버지가 건강했었던 때에 하던 말투대로 말을 이어 간다.

“잠깐 위층에서 옷을 갈아입고 올게요 “

댄은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멀리서 보노라면 폴의 아버지 댄과 같아 보인다.


일상은 반복되었다. 주말이면 폴과 댄은 함께 차를 몰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쇼핑을 다니기도 했다. 폴과 댄이 집으로 돌아올 때는 늘 큰 대화 소리와 행복해하는 폴과 웃고 있는 댄을 본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리 평범하고 행복해할까? 난 폴이 미친놈 같다고 생각한다. 댄이 기계이고 목소리를 카피해서 자기 아버지 목소리지만 따듯한 체온도 없는 기계인데 진짜 사람으로 생각하나 봐.


“폴! 요즘 어때?”

가끔 폴을 만날 때마다 난 안부를 묻곤 한다. 정확히 정신 상태를 물어본다고 봐야겠지만.

“좋아. 일은 바쁘지만 행복해요“

정말 보통 녀석은 아니다. 정신력이 갑인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댄이 문밖에서 폴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저녁시간을 지나 밤이 되어도 폴은 집에 돌아오지 않고 댄은 문 밖에 우두커니 서있다.

“하이 댄, 폴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

난 깜빡하고 기계인간 댄에게 예전의 댄을 대하듯 말을 걸었다.

“응. 댄이 오늘 늦어. 아무 연락도 없이”

“돌아오겠지. 집에 들어가서 기다리지 그래”

댄은 힘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폴은 끝내 그날 돌아오지 않았다.


폴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건 아침에서야 알게 되었다. 경찰차 한대가 폴의 집 앞에 세워져 있고 경찰은 댄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댄은 어떻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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