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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염색

다 큰 아이 키우기

by 창복

아침에 작은 아이는 염색을 하고 싶다고 한다.

“염색을? 색깔은? 왜?”

작은 아이가 자기 머리의 아랫부분을 가리키며 색깔이 다르다고 설명을 한다. 내가 보기에도 머리의 뿌리보다는 확연히 옅은 갈색빛이 중간 부분부터 여러 갈래로 물이 빠져 보인다.

“그럼 내일 할까?”

“아니, 오늘 해줘. 내일 하면 아빠 피곤해서 안돼”

작은 애는 아빠가 수요일에 회사를 가니 가기 전날보다는 월요일이 좋겠다는 것이다.

“오케이. 알았고. 그럼 이따가 일 끝나면 하자”


저녁으로 냉동피자를 오븐에 구워 먹고는 잠시 각자의 일을 하고 만나기로 한다.

“아빠! 일 끝났어?”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작은 애가 물어본다.

“그래 빨리 하자. 염색약은 뭘로 할 거야? ”

“응. 여기 두 개가 있어. 내가 머리가 길어서 두 개는 써야 할 듯해”

사용 설명서를 보니 중간 크기 플라스틱 통에 작은 튜브를 짜아 넣고 물방울 모양의 플라스틱에 담긴 오일까지 넣고 흔들어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머리가 길긴 해도 한 개로도 충분하겠어”

“아빠 잘해야 해. 부탁해요”

“내가 이래 봬도 너 애기 때부터 머리 감긴 사람이야”


먼저 머리를 빗으로 여러 번 빗고 가르마를 갈라놓는다. 오늘의 포인트는 위쪽 머리가 아닌 아래쪽 머리이니 끄트머리까지 잘 정돈을 해 둔다. 흔들어 놓은 작은 통을 머리 위에 대고 조금 짜아 놓고 빗으로 천천히 빗질을 한다. 위쪽이 여러 번에 걸쳐 도포가 되어 중간 머리 쪽으로 이동한다. 다시 머리카락 위에 염색약을 짜고 빗질을 한다.

중간 머리가 옆으로 밀리지 않도록 큰 머리집게를 귀 위쪽으로 양쪽 머리를 고정시킨다.

난 꼼꼼한 사람이다. 허투루 중간에 약을 치지 않고 넘어가지 않도록 살피고 또 살핀다. 중간 지역은 충분히 도포가 되어 보인다. 이제 중간 아래부터 끝자락 부분이 남았다. 염색약의 남은 양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일이 끝나고 작은 애가 핀잔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앗, 아차”

“왜 그래! 아빠. 뭐가 잘못되었어?”

“아냐, 끄트머리를 하다가 약이 마루에 떨어졌어. 잠깐만 있어봐. 좀 물휴지로 빨리 닦아야겠다”

거의 막바지에 약을 과하게 묻혔더니 빗질을 하며 약이 바닥에 밀려 떨어졌다. 하얀 비닐장갑은 어느새 까만색이 되어가고 있다. 마지막 점검을 한다. 머리 안쪽에도 충분히 도포가 되어야 한다. 도포가 안된 부분엔 빗질과 도포, 그리고 빗질이 이어진다.

“조금만 기다려봐. 거의 다 됐어”

머리 전체적으로 도포가 잘 되어 보인다. 염색약이 조금 남긴 했지만 꽤나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뒷 머리카락을 모아 머리 위쪽으로 올리고 비닐 머리 모자를 씌워준다.

“자. 앞으로 30분은 기다려. 뭘 보면서 기다리던지”


“아빠, 머리가 잘 나왔어.”

머리를 감고 나온 작은 애가 소리친다.

“그래. 잘 되었다니 다행이다”

“뭐야 뭐야. 아빠는…”

작은 애는 말을 잇지도 않고 벌써 코앞에 와 있다.

“빨리 말려. 충분히 헹궜지? 말려야 색깔이 잘 보일 거야.”


아직도 육아는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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