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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Jan 09. 2023

얌체 전성기

대 놓고 뻐꾸기를 찬양해도 되는 것인가

한국에서는 주거의 기본이 아파트여서 연립주택이나 아파트 이외의 다른 형태의 주거는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캐나다에 와 보니, 아파트는 집으로 안 친다 – 마당이 없다는 이유다. 요즘 내가 거주하는 토론토 지역은 인구가 급증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게 되어 이런 인식이 좀 사라지긴 했지만, 10년 전만 해도 아파트는 집이 아니었고 몇몆 지역을 제외하면 흔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의 캐나다 첫 집도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 마당이 있다는 것만 해도 와!할 일인데, 어라, 옆 집에는 수영장까지 있었다. 가정집에 수영장이라니 – 이거 동화에서나 보던 거 아닌가.


와 – 옆 집에는 수영장이 집에 있어! – 아이들은 신기해서 난리가 났다. 신기하기만 하랴. 부러워도한다. 부러워하는 아이들에게 부동산 중개인께서 말씀하셨다.  - 수영장은 옆 집에 있는 게 좋은 거야. 수영장 관리가 얼마나 일이 많고 힘든데. 옆 집에 두고 친하게 지내면서 놀러 가는 게 제일 좋은 거야. 우리 집에 수영장 있으면 힘들어.


정말이었다. 옆 집과 친해진 아내 덕에 아이들은 마치 제 집 수영장인양 옆 집 수영장에 놀러 다녔고, 나는 수영장 관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수영장은 보기는 좋지만, 관리에 엄청난 시간이 든다. 조금만 소홀해도 수영을 할 수 없게 되고, 유지/관리비도 만만치 않다. 수영장 관리만 해 주는 회사도 있지만, 물론 비용이 꽤 든다. 그걸 알고 나니 옆 집에 좀 미안했다. 


예전에는 캐나다에 사는 한인 분들은 아이들을 의사, 변호사 만들려고 애 썼지만, 이런 경향도 바뀌고 있단다. 의사, 변호사가 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학비 부담도 만만치 않고, 의사나 변호사는 되고 나서도 평생 일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내 새끼 평생 고생 시키기는 싫으니, 내 자식이 능력이 되더라도 의사, 변호사 안 시킨다는 거다. 


대신 의사 사위, 변호사 며느리를 얻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단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놀라운 건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해도 되는 분위기라는 거. 


근면이니 성실이니 하는 가치보다 요령과 눈치로 얻는 결과가 더 클 수 있다는 건 예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예전에는 그런 짓을 창피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얌체짓을 하더라도 몰래 했으나, 이제는 당당하게, 떳떳하게 얌체임을 선포한다. 까짓 거, 창피할 것 없다.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얌체짓으로 새끼를 키운다는 뻐꾸기의 번식은 더 이상 새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뻐꾸기식 얌체 짓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건, 어쩌면 인간 사회가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좋은 일일까. 주위가 다 뻐꾸기이면 도대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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