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광훈 Jan 10. 2023

답을 위한 답, 해결을 위한 답

답이 답답하다

작년에 미국에서는 17년마다 대발생하는 매미가 극성이라는 기사가 났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과학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과학은 대부분의 경우 how에 대한 답은 줄 수 있지만, why에 대한 답을 주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떻게 번식하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도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는 설명이 어려운 거다. 다만, 짐작하기로는 개체수로 포식자를 압도하려는 생존 전략일 것이라고 한다.


해충의 피해는 비단 매미 뿐만이 아니다. 1478년 스위스 베른 지방에서는 딱정벌레가 기승을 부려 농작물 피해를 비롯해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 어떻게 딱정벌레를 없앨 것인가가 문제가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른의 시장은 변호사를 고용해서 종교 재판소에 딱정벌레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다. 그 당시에는 당연해 보였을 지 모르나, 지금 상식으로는 애당초 답에 이르는 결과를 낼 수 없는 접근이다. 


베른 시의 변호사는 딱정벌레의 극성이 하나님의 이름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고, 딱정벌레측의 변호사 (사실 변호사 생활을 하는 입장에서는 딱정벌레 측 변호사 수임료는 뭘로 줬는지가 가장 궁금하다)는 하나님의 섭리일 뿐이라며 열심히 딱정벌레를 변호했다. 


양 측의 주장을 들은 주교는 딱정벌레를 악마의 화신으로 규정하고 딱정벌레에게 저주를 내린 후, 모든 농작물과 주거지에서 떠날 것을 딱정벌레에게 명령했다. 


그러나 딱정벌레들은 종교 재판소의 판결에 불응하고 떠나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다. 여기서 방향을 틀었어야 하지만, 한 번 잘 못 들어선 실에서는 돌아서기가 쉽지 않았나보다. 


그래서 이번에는 주교의 저주와 권위있는 명령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니 딱정벌레는 악마가 아니라 농부들에 대한 하나님의 벌이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그 결과 농부들에게 십일조를 제대로 바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농부들이 십일조를 떼어 바치자 딱정벌레들이 사라졌다. 문제가 해결되었다! 문제의 원인은 농부들의 죄였고 정답은 십일조였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인가. 해결을 위한 정답을 찾은 것일까, 답으로 보이는 오답을 찾은 것일까.


인과관계가 없는 것에서 인과관계를 찾으면 한참동안 엉뚱한 답을 붙들고 살아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베른의 농부들은 꽤 오랫동안 열과 성을 다해 십일조를 냈을 거다. 만일 그 다음 해에도 딱정벌레 피해가 있었다면, 어쩌면 황금으로 만든 딱정벌레를 만들어 십일조로 바쳐야 한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매미를 없애자고 굿을 하지는 않을 거다. 다행이다. 하지만, 나는 답,답,하는 경우가 없는지 생각해 보면, 사실 자신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얌체 전성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