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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스쿨과 미국 로스쿨

어디를 갈까 고민 중이라면

by 신광훈

북미의 로스쿨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이 물어보시는 것 중 하나가 미국 로스쿨을 갈까요, 캐나다 로스쿨을 갈까요, 하는 것이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분들이야 당연히 고민할 법한 문제지만, 한국에 사시는 분이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이미 여러가지를 많이 알아보셨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외국 로스쿨, 하면 당연히 미국 로스쿨을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이주를 염두에 두지 않은 분이 캐나다 로스쿨을 생각한다는 건 정말 많은 자료를 찾아 본 경우다.


왜 한국에서는 당연히 미국 로스쿨을 먼저 생각할까?


가끔 미국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놓고 국제 변호사라는 말을 쓰지만, 사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변호사면 한국 변호사, 미국 변호사면 미국 변호사, 캐나다 변호사면 캐나다 변호사다. 두 나라의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국제 변호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외국 변호사 자격증으로는 한국에서 "변호사"라고 칭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은 한국에서 그 쓰임새가 다른 어떤 나라의 변호사 자격증보다 많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접해 본 사람이라면 미국 로스쿨을 먼저 생각할 밖에.


이와 관련된 지인의 예가 하나 있다.


한국의 특허청에서 근무하는 이 분은 미국 로스쿨 연수 기회를 잡고 싶었으나, 기회가 돌아 오지 않았단다. 미국에 집착한 이유는 특허청 내부에서 미국 변호사에 비해 다른 나라 변호사 자격증은 위상이 낮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런 내용을 알고 있으니 미국 연수는 경쟁이 치열했다.


그래서 여러가지 다른 길을 알아보던 그 분은 경쟁이 좀 덜 한 캐나다 연수에 지원해서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온타리오의 로스쿨로 연수를 갔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원하던 그 분이 캐나다의 온타리오로 연수를 온 이유는 딱 하나 – 온타리오 주의 로스쿨을 졸업하면 미국 뉴욕주의 변호사 시험을 치고 미국 변호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온타리오와 뉴욕 사이의 합의가 있어서, 뉴욕 주의 로스쿨을 졸업하면 온타리오에서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를 수도 있다.


캐나다의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서 그 분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변호사 자격 시험은 치지 않고, 미국 뉴욕 주의 변호사 자격만 따서 미국 변호사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캐나다 변호사 자격증을 한국에서 어디에 쓰겠냐는 말을 남기고.


게다가 미국은 로스쿨만 졸업하고 자격시험만 통과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데에 반해, 캐나다는 10개월의 연수를 거쳐야만 해서 변호사 자격을 따는 데에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러니, 한국에 돌아갈 계획이라면 캐나다 로스쿨 보다는 미국 로스쿨을 목표로 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미국 로스쿨이 꼭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은 로스쿨이 많아서 캐나다에 비해 입학이 쉽다. 캐나다 로스쿨은 처음부터 많은 학생을 뽑지 않으니, 입학이 어렵다. 대신, 미국 로스쿨은 학생을 최대한 뽑은 후에 등록금만 받아먹고 (?) 그 중 많은 수를 중간에 탈락시키지만, 캐나다의 로스쿨은 일단 합격한 학생들은 최대한 졸업을 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캐나다 로스쿨도 중도 탈락자가 없을 수는 없지만, 학교가 단순히 개인의 능력에 맡겨 놓는다기 보다는 문제가 없는지 계속 관리해 주고 어떻게든 졸업까지 함께 한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그런데 300명의 동기 중에서 중간에 탈락을 한 학생은 3명 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 변호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보면 미국에는 반 이상이 탈락하는 로스쿨 흔하다. 입학을 해도 변호사가 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캐나다 로스쿨은 일단 입학만 하면 미국에 비해 졸업에 대한 부담은 줄일 수 있다.


오랫동안 생활할 것이니 사회 분위기도 중요하다. 미국과 캐나다 모두에 살아 보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미국에 비하면 캐나다는 차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러니, 캐나다에서는 훨씬 더 편안하게 학교 생활에 집중할 수 있다.


로스쿨을 편하게 선택해도 된다는 점도 캐나다의 잇점이다. 캐나다에는 미국에 비해 인구 당 로스쿨이 많지 않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미국에서 로스쿨에 가는 것 보다 캐나다에서 로스쿨에 가는 것이 더 어렵지만, 로스쿨간 차별은 미국에 비해 크지 않다.


미국이라면 하버드 로스쿨 출신과 기타 주립 로스쿨 출신이 졸업 후에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캐나다의 로스쿨들은 이름 값 자체로 차별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이름 값은 떨어지더라도 어느 로스쿨이든 일단 합격만 하면, 1학년 때 좋은 성적을 받아 원하는 학교로 이적을 하거나, 좋은 성적으로 졸업해서 원하는 로펌에 들어가기가 수월하다. 알버타 주에서 로스쿨을 다니든, 밴쿠버나 토론토에서 로스쿨을 다니든 별 차별이 없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북미 로스쿨 자격증으로 한국에서 좋은 경력을 노린다면 미국 변호사 자격이 유리하니, 어느 주가 되었든 미국 로스쿨을 가서 해당 주에서 변호사 자격을 따거나 캐나다 온타리오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 주 변호사 자격을 따는 것이 좋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어쩌면 캐나다 로스쿨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또 아는가 - 앞으로 환경 문제 등으로 캐나다와 한국의 관계가 발전되면 한국에서도 캐나다 변호사 자격증 수요가 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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