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사용할 것!

정리병

by 나도 작가

그렇게도 아침잠이 많더니 이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웬만하면 아침 6시면 눈이 절로 떠진다. 대학시절에도 아침잠이 많고 저녁형이라 첫 수업을 오전 10, 11시로 시간표를 짜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내 차도 없었으니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았던 나는 아침에 일어나 챙기고 가는 시간까지 고려한 첫 수업 시간이었다.


교사가 되면서 아침형이 되었다. 내 차도 생겼으니 내 마음대로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다. 10년이 넘어가니 6시면 이제는 절로 눈이 뜨인다.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그냥 눈이 떠진다. 물론 전날 피곤하게 심하게 움직인 날 빼고는.. 아이가 그 사이 많이 커줘서 여유가 생긴 것도 한 몫 한다.


태풍 영향으로 오늘도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간만에 후덥한 것은 사라졌지만 매우 습하다. 눈 뜨자마자 방구석의 방창고를 살며시 열어 확인했는데 이상하게도 약간의 곰팡이 냄새가 나기 시작, 새집인데.. 벌써 이런 약간은 곰팡이의 역한 냄새가 스물스물 올라오려는 듯한... 창고를 열고 보니 그동안 환기를 전혀 못했다. 잡동사니 물건들 나름 중요하다고 담아 놓은 물건이 빼곡하다. 대부분이 아이의 추억 가방, 사진, 앨범, 레고, 악세사리 등이 놓여진 곳이다. 아이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한데.. 환기를 여태 놓치고 있었다. 물건을 꺼내 닦고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이제 막 제습기를 돌리고 있다.


자주 드나드는 공간의 물건들은 제역할을 잘하고 있고 쓸모있게 활용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추억의 물건들은 나름 의미가 크다고 생각은 들면서도 자주 꺼내 쓰지를 않게 된다. 이사를 하면서 지난 내 학창시절 앨범들 등 내 추억거리는 모두 거의 버렸다. 큰맘 먹고 버린 것이다. 때론 버리기 전에 '사진이라도 좀 찍어둘 걸'하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오늘 겹겹이 쌓여 있는 물건들을 보면서 내 것이라도 버리기는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이의 추억 물건만을 남겨두고 있다. 보관할지 버릴지는 후에 아이가 선택할 것이라 생각하고 고이 보관중이다.


어릴적 이사를 하면서 내가 쓴 일기장, 하루도 빠짐없이 쓴 일기장들이 다 버려지고 싹 다 사라진 날 난 엄마를 원망하면서 엉엉 울었다. 지금 다행히 창고에서 발견된 몇 권의 일기장이 남아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내가 국민학교였던 시절에 쓴 일기장을 그 나이에 우리 아이가 읽고 있을 때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학교에서 지금도 난 아이들에게 일기만큼은 꼭 쓰라고 말한다. 훗날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나만의 진짜 보물이 될 거라고! 뭐든 자주 사용하다보면 그 물건은 내게 더 큰 의미가 생기는 건 아닐까.. 일도 그렇다. 오래도록 자주 그 일을 하다보면 나에게 그 일은 애증의 관계처럼 큰 의미가 생긴 일이 되어버리곤 한다. 일기를 쓰던 습관은 지금 내가 가끔씩 글을 쓰고 올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글을 쓸 때면 참 행복하다.


오늘 물건을 정리하면서 자주 사용할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들을 분류해봤다. 이사오면서 "심플"하게 살겠다고 했는데 1년 사이에 또 짐이 많이 늘었다. 물건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은 "자주 사용할 것!"에 포인트를 둬본다. 그 누구라도 자주 사용할 것~! 최근 선물받고 쓰지 못한 기프트 쿠폰도 다른 가족들이 필요하다면 먼저 쓰라고 가족 톡방에 올려줬다. 스타벅스 커피 쿠폰도 '가야지, 가면 써야지' 하면서 잊고 있었다. 별 것 아니지만 나눔도 소소한 기쁨을 준다.


돌아보면 나눔에 인색했던 나다. 근검절약한 부모님 영향을 받으며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직장 생활하면서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조금씩 사대기 시작했다. 비싼 건 사지 못하고 싸게 판다고 하면 여러개를 사는 안 좋은 습관이 있다. '싼 게 비지떡'인 경우를 경험하면서 이제는 돈을 조금 주더라도 효율이 높은 물건을 사거나 나름 브랜드인 제품을 행사 세일할 때 후다닥 사게 된다.


이제 이른이 넘어가는 부모님이 '나중에 죽으면 이 물건들 다 치우려면 일이고 너희들이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물건 사기를 꺼려하시는 것을 보면서 오늘은 또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그 물건을 버리고 싶지 않다면

소중하다고 고이 모셔두지 말고

실컷! 마음껏 쓸 것!

자주 사용할 것!

그리고 과감하게 버릴 것!


내 물건 안에서 내가 주인이 되는 법

내가 행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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